
JFE스틸서 일본제철소 취재과정에서 눈여겨졌던 점들 가운데 하나는 바로 ‘지역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었다.
JFE스틸서 일본제철소가 있는 후쿠야마시는 전형적인 공업도시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었다.
후쿠야마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의 비율은 전체 인구(약 42만명)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 4000명이었다. 또 특산품이라고 할 만한 농산물은 없었으며 대부분의 농업은 채소 등을 재배하는 근교농업으로 매우 작은 규모로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제철소가 건설된 직후에는 제철소에서 나오는 분진 등의 피해로 인해 비닐하우스를 치고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반면 당진군의 경우 군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농업이라는 산업이 전반적인 침체에 놓여있다고는 하지만 2003년 당진통계연보에 따르면 당진군 전체인구의 42%인 4만8827명(2000년 농업총조사보고서)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많은 쌀을 생산하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쌀 농업 외에도 과수, 채소 등 다양한 농업이 군내에서 뿌리내리고 있으며,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위한 각 분야의 노력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 대표적인 농산물도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후쿠야마 시와 당진군의 이와 같은 차이는 고로제철소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거의 대부분의 산업들은 공해를 유발하기 마련이고, 결국 사회 구성원들이 해야 할 일은 발생하는 공해에 대해 감내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해 허용여부에 대한 ‘사회적인 기준(사회적인 공감대)’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관련 산업을 유치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결정될 수 있다.
물론 JFE스틸서 일본제철소의 경우에서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
JFE스틸은 국가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제철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되고 말 그대로 지방자치가 자리 잡으면서 사회구성원들 즉, 군민들의 의견이 중시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는 고로제철소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당진군과 후쿠야마시가 농업에 있어 이와 같은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공해산업에 대한 판단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기준을 훨씬 더 높게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업도시를 지향하는 후쿠야마시와 농업과 공업의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당진군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고로제철소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이 농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생산되는 농산물의 이미지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세수확대와 고용창출이라는 한쪽 면만 보기에는 당진군 농업과 농민이 감당해야 할 위험은 너무나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