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 결혼식 참석겸 대구에 갔다가 친정에서 일주일을 留하고

돌아오니 겨울이 중턱은 지난 것만 여겨져 물이 거의 빠진 농수로의

미나리 어린것이 얼마나 이뻐졌나 송악산 내려오는 길엔 꼭 눈대중을 해본다.

봄을 기다리는 것이리라.

우리집 현관에 몇 개의 사진액자가 있는데

그 중에 제일 사랑스러운건 아흔을 바라보는 친정할매 사진이다.

.. 겨우내 고추모종을 길러내는 그저 그만한 비닐하우스 한 귀퉁이

허리가 굽어 내 어깨도 못 되는 우리 할매

도라지꽃무늬 내의에

당신 체구에 꼭 맞는 아이보리빛 조끼

연한 팥죽색 고무줄 치마

겉절이하면 딱 좋을만치 자란 봄배추 무더기 속에서 약해진 안력으로

봄배추 가만 가만 솎고 계시고

열린 비닐하우스 문 너머 집으로 돌아나는 길이 설핏 설핏 보이다 말다

숱이 적어 비녀로 쪽을 질 때면 남의 머리 한 뭉치를 넣어

함께 비녀를 꽂으시던 우리 할매

새하얀 ?疸?㎎?가르마가?寸?넓다.

이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발뒤꿈치가 살짝 살짝 들어지는

춘삼월 바람이 겨느랑이 밑으로 잡히는 듯 하고

비닐하우스 안 비닐과 습도가 만들어내는?A値??공기가

코 끝에 닿을 것만도 같다.

키는?50cm도 안되고 몸무게는 40kg이 될까 말까 우리 할매

이번에 친정에 갔더니

접은 자리가 오래 된 만원짜리 석 장을 속바지에서 꺼내 주시며

“니 살림살이 모 한나 사래이.다리는 좃는데 니만 못 조서 맘이 장그

걸리더라 "

시집 오기전까지 설에 세배돈 받던 것 말고 할매한테 용돈 받기는 처음이다.

.....왠지 마지막이다.

아직 무얼 사야 할 지 정하지 못한 채 있다.

오래 두어도  여전히 좋은 것 중에 때로 요긴하게 쓰면서 할매를 추억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경북 포항에서 살다가 남편 직장을 따라 지난해 3월 송악면 중흥리에 둥지를 틀었다. 일상의 소소한 감동들을 수필이나 시로 옮기길 좋아한다. 열세살, 열한살 난 자매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