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성격이 유별난 어떤 사모님과 사소한 언쟁을 치르며 “법 좋아하신다면서요? 라는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마침 옆에서 재미있게 그 언쟁을 지켜보던 필자의 지인 중 한 사람이 그후로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인사시킬라면 법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나를 소개하곤 한다.
법 좋아하는 사람이란 말이 풍기는 뉘앙스에서 사람이 참으로 까탈스럽고 따지기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보면 결코 기분좋은 평가는 아님이 분명하지만 나는 굳이 그런 평가에 섭섭해 하거나 기분 나빠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너무나 자기만 알고 자기몫을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있는데 나만 어리숙하게 선한 척하며 살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나 자신이 내몫을 주장하는 데 명확한 목소리를 내온 것도 사실이니까.
나는 그동안 몇 번의 송사를 치러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명백한 채무의 불이행에 따라 책임을 느껴야 할 당사자가 전혀 엉뚱한 오리발을 내밀며 소송을 진행하는 걸 지켜볼 때와 많지도 않은 돈 때문에 수년간 쌓아온 우정을 한 순간에 저버리는 사람을 볼 때가 가장 안타까웠다. 물론 돈이면 안되는 일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돈만큼 중요한게 또 있을까?
하지만 근근이 푼돈을 모아 거금을 만들며 후학양성에 쾌척하는 사람과 근검한 생활로 그야말로 청부(靑富)를 이루어 사회를 위한 많은 기부문화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진정으로 이 땅에 법과 원칙이 제대로 서서 돈이 많다는게 시샘의 대상이 되지 않고 청부가 존경받는 사회풍토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한때 미국에서 머무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곳의 어린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도 I will sue you.(너를 고소하겠다)하고 내뱉는 모습들을 보며 참으로 놀란 적이 있다.
과연 변호사 천국이라는 미국사회다운 일면이라 하겠는데, 어느덧 우리나라가 12개 OECD국가 중 사기사건과 관련된 기소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통계가 나오는걸 보면 우리가 법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다소 이해가 가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사기죄와 관련된 고소 건수가 그렇게 많다니 우리사회가 어딘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 모 재벌기업 총수가 구속되기 직전 1조원을 헌납하겠다는 모 그룹 책임자의 발표를 본 적이 있다. 만약 그 재벌기업이 지금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뒤가 구리지 않고 당당하고 깨끗한 부를 일궈왔다면 총수가 구속되는 그 중요한 시점에 그런 무리한 기부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거대한 고용창출을 통하여 국가경제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는 경제인을 구속시키는 검찰권력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뒷거래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그런 기탁행위는 하지 않아도 되었으리라.
그리고 세계가 좁다고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세계경영을 부르짖던 노 경영인의 영락한 모습을 보면서 돈과 생명과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법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너무 많은 물속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듯이 다소의 부조리도 있는게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아니하고, 돈이면 다 된다는 풍조 속에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그런 사회라면 글쎄 진정한 행복은 그 뿌리를 내릴 수가 없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상대방은 좋고 나도 좋고, 서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그래서 진정한 청부가 존경받고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지않을까? “법좋아한다구요? 그래요 나는 이 사회가 법이 제대로 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법을 좋아합니다. 그것도 엄청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