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조리 주민들의 만년 숙원사업

정미 “해마다 된다고 해서 믿고 기다려 왔습니다. 한보부도다 뭐다해서 아무리 군 살림이 어려워도 여기는 수년전부터 정미면 1호 현안사업으로 올렸으니까요. 그런데 작년에도 소식이 없더니 올 예산에도 안 섰다고 하니 주민들에게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눈만 뜨면’ 주민들을 만나야 하는 정미면 대조리 이종승 이장의 하소연이다.

어느 마을이든 숙원사업 한가지씩은 모두 있게 마련이지만 지나가는 할머니를 붙잡고 여쭤보아도 단연 1호로 꼽는 이 마을의 숙원사업중의 숙원사업이 올해도 해결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숙원사업이란 다름아닌 하루 너댓차례 완행버스가 오가는 버스길(군도 11호선) 포장사업을 말한다. 겨울에 눈이라도 어지간히 오거나 여름에 홍수라도 날라치면 종종 버스도 안들어 와 발을 굴러야 하고 마른날엔 마른 날대로 지나는 차량에 뽀얀 흙먼지 뒤집어 쓸까 바람결따라 이리저리 몸을 피해야 하는게 비포장길을 끼고 살아야 하는 주민들이 애환이다.

그래서 이곳 대조리 주민들에게도 수년째 포장되지 않고 있는 버스길은 어느틈엔가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만큼 큰 숙원사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그러나 매년 군수읍면순방 때마다 정미면의 현안사업 첫번째로 꼽혀 보고 되었던 군도 11호선 포장은 국가에서 내려보내는 양여금이 IMF 이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올해도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군에서는 올해 마무리 공사에 들어가는 다른 읍면의 군도 2개 노선에 먼저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 그곳이 마무리 된 후 내년부터 대조리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착수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물론 군도 11호선이 아주 포장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97년 한보부도 이후 특별교부세가 내려와 4억원으로 총연장 11.2㎞중 2㎞가 포장이 되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그 사업은 대조리 주민들의 소외감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군도 11호선의 종점인 대호지 마중리 쪽부터 포장이 되어 대조리 쪽은 여전히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길로 남게 된 것이다.

군에서는 이미 포장된 농어촌도로와 연결시키기 위해서 마중리 쪽부터 했다고 대조리 주민들을 애써 설득했지만 이곳 주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질 않고 있었다. 점잖게 기다리기만 했기 때문이라고. 어차피 한정된 예산이니 우선 순위를 냉철히 따지기 보다 극성을 부리는 쪽에 먼저 가는 것 아니겠냐고 냉소적으로 한마디 내뱉는 주민도 있었다.

숙원사업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주민들이 더욱 서운해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종승 이장은 “오지지역에 산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주민들이 나서서 ‘보채지’ 않아도 행정당국이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여전히 믿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