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당진 재래시장을 찾은 주민들이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길 옆을 채운 상인들의 행렬도 남부대로까지 이어져 있다.
▲ 지난 5일 당진 재래시장을 찾은 주민들이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길 옆을 채운 상인들의 행렬도 남부대로까지 이어져 있다.

젊은 사람은 없고 오래된 노인 단골들만 시장 찾아 “재래시장의 위기는 ‘당진’의 위기”

편집자주

명절인 ‘설’. 설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편안한 휴식과 여유를 주지만 반대로 더욱 바쁘게 설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재래시장 상인들에게는 ‘대목’인 동시에 연중 가장 바쁜 시기이다. 반면 최근의 재래시장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과 대형마트의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5일(당진), 6일(합덕), 7일(신평) 당진에서 열리고 있는 3곳의 재래시장을 찾았다.

아직 설 대목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

그와 대조적으로 상인들은 입을 모아 ‘경기 침체로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민족의 대표명절인 ‘설’을 맞는 재래시장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죽어가는 재래시장

지난 5일 대목장을 앞두고 열린 당진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결같이 “사람은 많아도 장사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장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당진시장을 찾았다. 오전부터 자리를 잡은 상인들과 외지에서도 온 상인들이 시장을 가득 메웠고 소비자들도 차츰 많아지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자 상인들의 수는 더욱 늘어났고 그와 더불어 인파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시장 안에 위치한 당진군소비자상담실에서 일하고 있는 박영순(28)씨는 “평소보다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다”며 “그러나 마트의 영향인지 젊은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이기도 한 박씨는 “자가용을 가진 젊은 사람들은 없고 오래 전부터 재래시장을 이용해온 노인들뿐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설시장 내에서 일신정육점을 운영하는 부인을 돕고 있던 지영복씨는 “지금 재래시장의 경기는 IMF직후보다 더 좋지 않다”며 “담보를 잡히지 않은 상인들이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지씨는 “판매량으로 보면 좋을 때의 반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젊은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찾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예재(46, 명동식품 대표)씨는 훨씬 구체적으로 재래시장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씨는 “죽어가는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김씨는 “작년에 비해 매출은 2/3밖에 되지 않으며 이 매출량은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며 “우선 주차장과 같은 소비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상인들의 서비스교육과 물품의 A/S까지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인들 이구동성 “실속이 없다”

노점상을 하고 있는 박재문(82, 고대 항곡리) 할머니는 “4~5년 전부터 이곳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어떤 날은 개시도 못할 때도 있다”며 “다들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난리”라고 말했다.

바로 옆에서 노점상을 하던 오혜숙(58, 당진읍 읍내리)씨는 시장의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사람만 많고 장사는 안 된다”는 것. 노점상 생활 15년째라는 오씨는 “아침 8시부터 나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는 오후 6시까지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갈수록 장사가 안된다”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도 정작 지갑을 여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20살 때부터 시작해 노점상 생활 30년이 다 되어가는 장광자(48, 당진읍 읍내리)씨는 “결혼하고 곧바로 시장장사를 시작했었는데 처음엔 장사가 잘 됐었다”며 “요즘처럼 장사가 안되는 때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가게에서 장사를 하다가 장날이면 앞으로 나와 좌판을 벌이고 장사를 하는 한국식품의 이상근(63, 여)씨는 “상인은 많고 소비자는 없다”며 재래시장의 현주소를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한보가 부도를 맞기 직전이 가장 경기가 좋았던 것 같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시장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합덕상인들 “당진은 그래도 낫다”

합덕시장을 찾은 6일, 합덕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당진시장은 그나마 낫다”고 말했다.

설 대목이 가까워지면서 주민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지만 합덕시장의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가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도로를 가득 메워 차량이 지나다니기 곤란했던 당진에 비해 합덕은 소비자보다 상인들이 더 많게 느껴질 정도였다. 인근에 대형마트가 여러 개 있고 서산과도 가까워 소비자들을 빼앗기는 당진시장에 비해 대규모 물품시장이 합덕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훨씬 적어 합덕지역의 인구감소를 체감케 했다.

시장에 물건을 사러 온 이동금(81, 순성면 양유리) 할머니는 “재래시장을 수십년째 다니고 있지만 요즘같이 사람이 적었던 적이 없었다”며 “시장이 시장답지 않다”고 말했다.

합덕 이태리안경원에서 만난 강금영(39)씨는 “합덕에서 산 지 4년째인데 합덕경기가 많이 안좋다”며 “4년 전부터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인구가 줄어드니까 지역이 침체되고 지역에서 가장 활발해야 할 재래시장이 침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리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음씨도 “인구가 줄어드니 당연히 지역이 침체될 수밖에 없다”며 “합덕시장보다 합덕지역의 경제를 되살리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기업유치를 통해 고용창출을 이끌어내는 등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