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길 제사상을 바라보면서 ‘왜 붉은 사과가 동쪽 가장자리에 놓여있는가(紅東白西)’를 생각하다가 사과에 얽힌 인간사를 그려봤습니다. 거기에는 우리 인간에게 고통과 전쟁, 그리고 희망, 창조적인 교훈을 준 역사적인 사과 다섯 개가 있었습니다.
구약성서 창세기편을 보면, “하느님이 흙을 빚어 자기의 형상대로 아담과 이브를 만들고 온 땅을 다스리게 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담이 뱀의 유혹을 받은 이브(Eve)의 권유로 금단의 과실, 빨간 사과를 따먹어 낙원으로부터 쫓겨나는 ‘에덴의 사과’가 그 첫 번째입니다. 그 후 우리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선과 악을 알게 되고 땀흘려 일을 해야만 의식주(衣食住)를 해결할 수 있으며 노동의 대가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금사과’가 있습니다. 불화와 불복, 불신의 여신 에리스(Eris)가 질투의 여신 헤라(Hera)와 지혜의 여신 아테네(Athene), 그리고 아름다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 이 세 여신들 앞에 황금사과를 던집니다. ‘가장 착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가지십시오’라고.
그러자 세 여신들은 서로가 차지하려고 온갖 질투와 불화의 싸움을 벌입니다. 곧 전쟁이 시작된 것이죠. 그러다 결국 그들은 인간세상의 양치는 목동, 가장 순박한 파리스에게 판정을 맡기게 되는데 파리스는 ‘아름다운 여인을 배필로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언약을 받고 그녀가 황금사과의 주인이라고 판정을 내립니다. 그러자 황금사과를 받지 못한 두 여신은 파리스와 아프로디테에게 앙심을 품게 됩니다.
훗날 아프로디테는 약속을 지켜 파리스에게 인간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 헬레네(Helene)를 짝지워 주는데, 이 때문에 ‘트로이전쟁’이 터지고 파리스의 조국 트로이는 결국 망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트로이의 목마’라는 전설이 탄생되는 거죠.
이처럼 우리는 험난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등용의 문을 통과해야만 출세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스위스의 전설적인 영웅 ‘빌헬름 텔의 사과’가 있습니다. 그가 이런 말을 했죠. 스위스의 독립을 위해서 ‘용기있는 정직으로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자유는 죽지 않는다’라고. 이런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오스트리아 왕가에게 불경죄를 저질러 자신의 아들 머리 위에 사과를 놓고 활로 쏘아 떨어뜨리는 그 정확성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일상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아니면 어떤 업무가 부여되어 있을 때 자신있게, 또는 용기있는 정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자신의 정신을 집중시켜서 정확히 일을 마무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네번째, 만유인력(萬有引力)의 원리를 발견한 ‘뉴턴의 사과’가 있습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그 흔한 일을 가지고 그는 왜? 무엇 때문에? 어째서? 라며 연구하다가 ‘질량을 가진 물체의 역학체계’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우리 자신에게 부여된 주변의 영역과 응용의 폭을 넓혀서 자신을 살피고 내일의 희망을 위해 재충전의 기회를 삼아야 될 것입니다.
마지막 한 가지, 백설공주가 먹은 빨간 사과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일곱 난장이가 있지요. 그들은 항상 공동체적인 삶을 살면서 무슨 일이든 자기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협동심을 발휘합니다. 특히 왕비가 준 빨간 사과를 먹고 잠에 빠진 백설공주를 구하기 위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를 만드는데, 그 어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무지개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무지개를 타고 백설공주를 무사히 귀향(歸鄕)시킵니다.
우리는 정월대보름이 지나면 겨우내 얼었던 보리밭을 꼭꼭 밟아줍니다. 우리 삶, 밝은 미래가 튼튼히 뿌리내리라고. 또다시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새싹을 키워야 합니다. 자자손손(子子孫孫) 우공이 평야를 만들기 위해 태산을 옮기는 심정으로(愚公移山), 그 어떤 큰일이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우리는 또 한해를 살아야 합니다.
“산속 깊은 골짜기에 얼음과 눈은 남았으나
평야와 너른 들판에 경치가 변하기 시작했다.
일년의 풍년 흉년 미리 알지 못하여도
있는 정성 다 쏟으면 자연의 재앙 면하리니,
서로서로 격려하며 게으름 피지 마라.
일년농사 봄에 달렸으니 모든 일 미리 하자
봄에 만일 때 놓치면 추수때 낭패되네.“
-농가월령가 정월령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