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어제오늘은 아니지만 최근 대학입시 통합논술시험과 관련해 더 자주 그리고 당연한 듯이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일부지역 학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인근 학교와 과목 선생님들을 평가해 자료로 만들어 배포하고 자기 학원으로 학생들을 유인하기도 했다. 기업체에서는 “대학에서 양산된 졸업생들을 현장에서 직접 써먹지 못해 애로가 있다”고 하소연을 한다. 이른바 대한민국의 공교육기관들이 정체성과 관련하여 전면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교직은 대학생은 물론 중·고생이 선호하는 최고의 직업일 뿐만 아니라 결혼선호도 제1위의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순전히 취업난에 따른 것으로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지, 아니면 여러 조건이 바뀌어도 지속될지 궁금하다.
공교육의 문제점
현행 교육체제하에서 고등학교교육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학원교육과 연계해 살펴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고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중 많은 사람들이 대학진학과 관련해 학교교육 이외에 과외나 학원수강과 같은 사교육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러한 풍조가 단순히 보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개인차원의 생각과 노력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교육에 대한 오랜 기간의 불신이 누적되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 학교수업시간에는 자고 학원에서는 정신을 차려 입시를 준비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학교다니는 것이 학원공부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이러한 메커니즘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분명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둘째, 학교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진로 및 학업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학원선생님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는 양상도 발견된다. 일선학교의 경우 선생님들이 담당과목 수업 이외에 각종 공문처리 및 잡일과 관련된 행정업무로 말미암아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준비에 전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학원선생님들은 수강생들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고 강의평가도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발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학원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고객으로 인식하고 수요자의 만족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여 자신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학원측은 여기에 대해 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보상을 해주고 있다.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학원으로 전직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러한 경제적 보상 때문이다.
셋째, 학교의 운영시스템 및 문화와 학원의 그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학교가 대체로 관료주의적 풍토를 띠고 보수적이고 수동적이며 명예를 중시한다면, 학원은 시장주의문화속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경제적 보상을 중시한다. 학교는 학생들의 ‘인간됨과 실력향상’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면 학원은 ‘대학합격’이라는 한 가지 토끼를 잡기위해 전력한다.
공교육 회생방안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필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선생님들이 교단에서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의 열정을 일깨우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장선생님들의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공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학교책임자들이 ‘교사가 학교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교사를 존중하고 민주적인 결정을 통해서 학교를 운영해 나갈 때 교실이 변할 것이다.
고교시절 능력 있었던 학생들이 선생님을 꿈꾸며 대학에서 공부한 후 높은 경쟁률을 뚫고 교직사회에 들어가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편안한 직장생활에 만족했기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무사안일주의에 빠지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긍정적인 평가 속에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학교들을 보면 대부분 교장선생님이 선생님들의 ‘기 살리기’에 적극 협력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학교 살리기’가 이루어졌다. 학교측의 이러한 일치된 노력에 학생과 학부모가 동조하였으며 그 결과 ‘가고 싶은 학교’로 탈바꿈하였다.
선생님들이 진정성을 발휘하여 학교교육은 인성만을 강조하는 곳이 아닌 실력도 배양하는 곳으로 변화시킬 때 공교육은 희망을 갖고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