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일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의 4차 보고서 1권에 이어 엊그제 4월6일 브뤼셀에서는 4차 보고서 2권이 발표됐다. 이미 발표된 제1권이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소재를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규정한 보고서라면 이번에 발표된 2권은 기후재앙이 초래할 부정적인 영향을 중심적으로 공개했다.

이미 언론사에 공개된 초안 요약본에 의하면 기후재앙에 대한 예측 시나리오는 예상을 뛰어넘는 섬뜩함으로 가득차 있다. 지금처럼 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지구상 동식물의 대부분이 금세기안에 멸종위기에 처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심화, 해충창궐, 전염병확산, 폭염, 가뭄, 홍수, 기아 등 지구 미래에 대한 우울한 전망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금세기말에 이르면 소나무, 전나무, 밤나무 등이 고사하고 한반도에 생존하는 모든 산림생물이 멸종위기를 맞으며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는 태풍, 홍수 등 기상이변이 속출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보고서는 인류가 되돌리기 힘든 심각한 상황에 처했으며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나 연구단체에선 아직도 IPCC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과장했거나 틀린 주장을 펴고 있다고 딴죽을 걸기도 한다. 혹은 우리나라와 상관이 없는 먼 나라의 일로 치부하거나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나타나지 않을 머나먼 미래의 일로 접어두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사실처럼 IPCC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2500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6년에 걸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신중하고 과학적으로 진실을 기록했다. 그러므로 누가 왜곡하고 과장하는지는 다가오는 기후변화가 증명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기후재앙을 재촉하는 나라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이 22%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중국이 18%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역사적인 누계를 따지면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9%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므로 미국과 중국은 기후재앙의 주범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구 1인당 배출량에서 보면 미국국민은 중국국민의 5배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지구의 대기가 인류의 공용자원임을 감안하면 진정한 책임은 미국국민에 있다. 이러한 미국이 계속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재를 뿌리고 있다. 교토의정서 서명을 철회한 데 이어 기술을 통한 자발적 감축을 고집하면서 국제사회와는 상반된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사회에서 별로 부각되진 않지만 한국은 기후 재앙을 부추겨 온 숨겨진 ‘기후변화 기여국’이다. 교토의정서에선 개발도상국과 같이 취급되지만 한국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 세계 10위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03년에 한국 정부가 발간해 유엔에 제출한 국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200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7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이런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2020년이면 한국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OECD유럽의 두 배에 이를 것이다.

이러한 흐름과 반대로 지난 3월 8일 유럽 27개국 정상회담에서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20% 삭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유럽은 에너지 효율향상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성장과 고용확대도 도모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조속한 실천은 생태적으로 현명한 행동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9월에 개봉된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을 떠올려본다. 환경운동가로 알려진 미국의 전 부통령 엘 고어가 출연해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는 지구온난화와 기후재앙의 원인, 현 실태, 위협적인 예측 시나리오, 그리고 대처방안을 차분하게 제시하고 있다. 엘 고어는 “현 인류의 지나친 욕심과 미국을 비롯한 몇몇 강대국의 국가이기주의가 하나뿐인 지구를 멸망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러므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재앙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완화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지금 당장 수립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지구촌 공동체의 모든 인류가 실천해야할 첫 번째 행동은 현재보다 다소 불편하게 살아가려는 시도’이다. 기후재앙! 결코 남의 일도, 미래의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