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FTA 직후 잇따랐던 폐업 신청 재현여부 ‘관심’
대규모화·전업화보다는 고품질화에 주력해야
편집자주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지난 3월말 전국의 수많은 농민들의 반대집회와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체결됐다. FTA체결로 인해 농업 부문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농민들은 정부의 이와 같은 태도를 비판하며 ‘선대책 후협상’ 원칙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농업 이외 분야에서의 이익을 얻기 위해 협정 체결을 강행했다. 협상 체결 후에도 구체적인 대책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어 농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FTA가 당진농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야별로 분석하고 대책을 찾는 연재기사를 7회에 걸쳐 마련했다.
포도분야 협상결과
포도분야는 칩용 감자, 오렌지와 함께 계절관세를 적용하게 된다. 민감품목 중 수확·유통 기간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되는 품목은 우리나라 수확·유통 기간에 집중적으로 보호를 받게 된다.
■계절관세 적용시기 △수확기(5월∼10월15일):17년 관세 철폐 △비수확기:계절관세 24%부터 적용. 5년 후 철폐
한-칠레FTA에 이은 후속타
포도농가들에게는 지난 2004년의 한-칠레FTA 통과는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당진의 포도농가의 약 20%가 포도농사를 포기한 것으로 파악될 정도. 포도를 포기한 농민들이 이른바 ‘돈이 되는’ 다른 작목으로 몰려들며 연쇄적인 피해까지 우려될 정도였다.
한칠레FTA 체결 이후 칠레산 포도의 수입량은 2004년 8317톤에서 2005년 1만1173톤, 2006 1만5189톤으로 두배 가량 늘었다. 여기에 값싼 캘리포니아산 포도가 수입될 경우 국내 포도농가들은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계절관세, 국내농가 보호장치 될까?
포도분야에는 계절관세가 적용된다. 계절관세는 1년 중 국내산업과 출하시기가 같은 품목에 대해서는 출하시기 동안 관세를 매기는 제도다. 국내 포도농가들의 포도 출하시기가 5월부터 10월까지이기 때문에 미국산 포도가 이 시기에 들어오면 관세가 붙는다.
계절관세는 지난 한-칠레 FTA 체결 직후에도 시행됐었으나 포도 수입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농가에서는 오히려 계절관세보다 ‘거리’가 국내 포도농가를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육류와 달리 과일류나 채소류는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 날씨가 따뜻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르면 5월 초부터 포도가 생산되지만 이 포도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적어도 2개월 후가 될 것이다. 냉장이나 반냉동 후 국내에 들어온다 해도 이미 신선도가 떨어져서 소비자가 찾지 않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업화·대규모화보단 고품질화가 우선
합덕 창정리에서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나본태(39, 나성농원)씨는 당진에서 가장 크게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나본태씨는 “한미FTA로 캘리포니아산 포도가 물밀듯이 밀려오겠지만 당진의 농가들은 대부분이 직거래 판매를 하고 있어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칠레FTA 이후 대부분의 포도농가들이 폐업을 했습니다. 지금은 한-칠레FTA 당시 우려했던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산비는 오르는데 가격은 그대로고... 아마 이번 한미FTA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농가들이 시설농가(하우스 농가)들일 겁니다.”
백기순 농업기술센터 과수특작팀장은 “당진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도매시장으로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직거래판매를 하고 있어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대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농가들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기순 팀장은 “가장 가능성이 있는 생과일 품질 고급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며 “두 달 이상 화물선을 실려 국내에 들어와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신선도 높은 생과일용으로 농가들이 생산한다면 아무리 값싼 외국산이라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이를 위해 정부나 농업관련 기관에서 자금과 시설지원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A관련 용어사전
△계절관세(季節關稅):1년중 일정한 계절에만 부과하는 관세이다. 계절관세는 국내산업(농업 포함)의 피해입증여부에 관계없이 계절에 따른 가격차이가 클 경우 임의적인 기준에 의해 과세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서만 과세할 있는 ‘조정관세’, ‘긴급관세’ 등과 구별된다. 공산품의 경우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민감한 품목은 거의 없으므로 대부분 농산물에 한정돼 과세된다. 계절관세는 GATT조항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