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뿌려 빚 거두는 농사·절망에 쌓인 농촌

농산물가 하락으로 농가부채 상환길 막막

농민들 “일시 처방 아닌 근본대책 절실”

“아무리 어려워도 좀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살아왔는데 요즈음은 갈수록 절망감만 느끼게 됩니다.”

순성면 중방리에서 3천평의 사과농사를 짓는 이사선씨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농가부채와 이와는 반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으로 인해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그동안 이씨는 과수농사에 필요한 농약살포기, 관리기 등 각종 농기계 구입을 위해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왔다.

그러나 올해 사과시세가 15㎏ 한상자에 2만3천원선까지 떨어지자 당장 정책자금 상환이 막막한 형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만원선을 유지하던 사과시세가 형편없이 떨어진데다 이마저도 사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시세라면 각종 농약비, 인건비, 하차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이씨는 “농민들은 한번 빚지면 헤어나기 어렵다”며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내려가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부채상환은 요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내놓는 각종 농가부채 관련 정책 역시 농산물 가격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대부분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좀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보장과 직접 지불제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이 마을은 과수농사를 비교적 많이 짓는 편인데 대부분 사정이 비슷한 편이다. 과수농사에 필요한 각종 농기계 구입을 위해 상당 액수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았는데 과일시세가 하락하는 바람에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또한 요즘에는 자금을 대출할 때 보증을 요구하는데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맞보증을 선 상태이기 때문에 한집이라도 잘못되는 경우 한 마을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된다.

이씨는 “농가부채 상환을 위해서는 저리로 장기분할 상환토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순성면 중방리 한 마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농촌마을에 해당된다.

고대면 진관리에서 600여평의 시설 하우스로 채소농사를 짓고 있는 이기학씨는 올해 채소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바람에 정부의 융자지원금을 갚는데 당장 어려움에 부딪히게 됐다. 지난해만 해도 20㎏ 한상자에 3만원하던 오이값이 올해 2만원선으로 주저앉았다.

이씨는 “지금으로서는 농사를 지을 수도, 안지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뚜렷한 대책이 없는 한 농사를 지어 부채를 갚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의 시세로는 10월부터 가온을 해야 하는 시설 하우스 농사에서는 기름값을 감당하기도 어렵다. 진관리 한 마을에서만 10여호가 정부 융자지원을 받아 시설 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종현 당진군농민회장은 “지금의 농촌은 거의 파탄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부채를 농민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짐”이라며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는 한편 모든 정책자금에 대해 5년간 상환 유예후 10년 거치 10년 상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농가부채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