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며...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며 너무 눈물을 흘려 같이 갔던 사람으로부터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구식 칼빈소총을 들고 M-16의 계엄군에 대항하는 시민군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공수부대원들을 바라보며 저들이 정말로 대한민국 군대가 맞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당시 혈기방장했던 필자는 그 항쟁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음을 늘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누가 그들을 그 승산 없는 싸움에 목숨을 걸게 했나? 누가 훈련도 받아본 적 없는 그들의 손에 총을 들게 했나? 군대라는 조직이 과연 명령 없이 발포할 수 있는 조직인가? 어느 조직보다도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집단이 군대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군은 명령에 따라 죽고 사는 조직이기 때문에. 그런데 그 부산했던 청문회와 사법심판을 통해서도 발포명령자를 비롯한 책임자 하나 밝혀내지 못하고 결국 교묘한 말장난을 통해 전두환 일당에게 면죄부만 주고 말았지 않았던가?
화려한 휴가는 끝나지 않았다.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이 부끄러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피바람 몰아치던 그 80년 광주를 뒤로하고 대통령이 된 전두환이 정의사회를 구현한다는 둥, 국법질서를 확립한다는 둥, 독기 서린 눈길로 공포감을 조성할 때 그저 숨죽이며 생명을 보전, 지금까지 살아낸 사람들이 이제는 그 살아남은 빚을 갚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떻게? 처단해야지! 해방 후 우리의 현대사를 보면 프랑스처럼 민족정기를 세우는 일을 한번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수십년전의 친일 매국노를 단죄한다고 수선을 떨어본들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전두환 같은 살인마 하나 처단하지 못하고 전직대통령의 예우를 하는 이 나라에서 정의를 말할 수는 없다.
광주의 그 시민군들이 죽음으로도 다하지 못했던 단죄의 칼날은 이제 우리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우리 손으로 우리 역사 하나 제대로 써내지 못하면서 어찌 일본의 신사참배를 비판할 수 있으랴? 대동아 공영이라는 전쟁으로 조선의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일제와 정의사회운운하며 무고한 시민의 가슴에 총질을 해댄 전두환 일당이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합천에서는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으로 이 살인마를 기념하려 한다지? 이 정신나간 자들아! 무고한 시민에게 발포하고 그 피묻은 손으로 정권을 탈취, 집권 중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갈취하고도 퇴임 후에는 ‘단돈 29만원’으로 이 대한민국의 정의를 이죽거렸던 그 살인마가 그래 합천군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단 말이냐?
오호라! 저주가 있을진져! 어찌 내몸에 묻은 오물을 털어낼 생각을 하지 못한단 말이냐?
물러가라! 그 살인마의 안마당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영달을 꿈꿨던 이 독사 같은 무리들아! 역사는 무얼 하고 있는가? 12.12쿠데타는 내란이요, 5.18시민항쟁은 민주화운동으로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세계역사상 내란의 수괴가 전직대통령으로 예우 받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또 있나?
기록만 하면 뭘 해? 역사의 요구에 실천으로 따르는 의기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의사(義士)가 의사일 수 있는 것은 불의를 처단하는데 목숨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뻔뻔한 내란의 수괴를 눈앞에 두고도 처단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한다.
이 땅에 화려한 휴가가 끝나고 굳이 정의를 부르짖지 않아도 정의로울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그리고 당연히 지켜져야 할 국법이 누군가에 의해 다시는 짓밟히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전범(前範)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