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조합으로 가는 험한 길
허충회 당진군 농민회장
지금 농·수·축협 등 농업 관련 협동조합들이 큰 몸살을 앓고 있다. 협동조직을 통해 농민의 권익을 대변하고 생산력 향상과 농민소득을 증진시키기 위해 57년 첫 출발을 했던 농협이 역대 정권의 입맛에 맞게 변질되면서 많은 부조리를 낳게 되었다.
많은 농민과 진보적 농민단체들이 오랫동안 농협의 민주화와 개혁을 요구하던 중 지난 8일 정부(농림부)의 협동조합 개혁안이 발표됐다.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완전 분리·독립하여 전문 책임경영체제로 전환한다는 것과 1군 1조합 원칙으로 합병한다는 것이 이번 개혁안의 가장 큰 골자이며, 이에 대해 여러가지 이해가 걸린 집단간에 오해와 반발의 소지가 많다.
신용·경제사업의 분리에 대해 재정이 취약하고 이득이 없는 경제사업을 원만히 시행하려면 신용사업 이득금이 경제파트로 지원돼야 하는데 분리·독립하면 제대로 이루어질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통개혁예산, 농안기금, 축산업발전기금, 농협중앙회 자금을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용사업 이득금이 경제사업 재정으로 지원되도록 하는 정부의 강제적 제도를 마련한다는 방침인데 문제는 정부의 의지여하에 달려있다. 농림부의 1급 이상 관리들이 목을 걸고 시행하겠다고 하니 우선 신뢰가 가지만 앞으로 정치여건에 따라 입장을 달리했던 정치권이 정말 잘해주길 기대할 따름이다.
1군 1조합 원칙으로 합병한다는 것에 대해 조합원의 불편함과 면단위 지역의 사업위축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업무창구는 조합원의 요구에 따라 기존대로 유지될 것이며 경제사업은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다. 단, 정부보조금을 받기 위해 이웃 읍면 농협끼리 중복된 시설투자를 계속한다거나 지역 이익을 앞세우는 등의 자세는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협동조합 개혁의 시발점은 조합원에 대한 대출금의 고금리에 반해 환원사업의 부실과 형식적인 운영공개에 대한 불만의 표출에서 시작됐다. 관내 농협 예수금 중 50% 이상이 연리 9%로 중앙회에 예치되는 대신 조합원에 대해선 14.5%의 고금리를 적용했고, 중앙회에선 조합원의 예금을 대기업 등에 부실대출을 했던 것이다.
다행히 농협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여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고 대출금리를 12%대로 인하 발표했다.
당진군지부도 지난 8일, 12%대로 금리인하안을 관내 모든 농협에 권고했고, 4월 1일 이전에 모든 읍면 농협의 모든 상호금융 대출금리를 12.0%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미 당진읍 농협은 12.0%로 시행에 들어갔고 다른 농협들도 곧 인하조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가지 염려되는 것은 농협중앙회의 부실대출 실태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일부 고객들이 작년의 은행 부도사태와 비슷한 것처럼 착각하여 예수금을 빼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농협 구조조정은 지난 IMF에 의한 은행부도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며 만약의 경우라도 정부의 예금지급 보장기금, 중앙회의 상환준비 예치금, 조합상호지원기금, 단위농협 여유자금 등 수십조원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만큼 전혀 염려할 바 없다.
지금 앓고 있는 농·수·축협 등의 몸살이 하루빨리 치유되어 진정한 농민의 조합으로 거듭나도록 농민과 시민 모두의 역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