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엔 고향에 꼭 오십시오”
설이 다가왔음에도 지난 어느해보다 분위기가 뜨지 않으며 특히 고향을 찾는 귀성객이 현저히 줄어든 느낌이다. 국가 경제위기로 인한 대량실업사태와 가정경제 파탄에 직면한 도시의 출향인들이 도저히 고향을 찾을 기분이 안날 것이기 때문이다.
조상의 산소를 돌아보고 부모님께 새해인사를 드림에 어찌 기분에 따라 결정할 수 있을까마는 월급 받아본지가 몇달이 지나고 사막과 같은 도시 한복판에서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을 할까를 번뇌하는 사람들에겐 성묘길이 오히려 사치스럽게 생각될 수도 있으리라.
한편 어찌 생각하면 어려운 때일수록 고향생각이 더욱 간절하여 당장 고향으로 빨리 갈 생각하고 준비하다보니 부모님께 드릴 선물과 필요한 경비를 계산해보고 당장 몸을 실을 버스비나 승용차 기름값을 계산해보면 다시 망설이게 될지도 모른다.
이때에 우리 농촌을 지키는 사람들은 전화통을 눌러 방황하는 그들에게 이번에야말로 꼭 한번 내려오기를 권해봄이 좋을 것 같다.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믿고 의지할 상대는 누구보다도 고향의 부모 형제가 아닌가. 농촌에도 축산농가가 파산하고 모든 영농계획이 어긋나는 등 어려움에 처해있기는 마찬가지지만 도시처럼 숨이 막힐 정도가 되려면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 역대정권의 미친 칼춤에 가장 많이 상처를 입은 곳이 농촌이건만 역설적이게도 아직 여유가 있는 곳이 농촌이다.
조촐한 차례상과 제주 한잔씩 음복하며 서로 격려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다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울 것이며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것이다. 어찌보면 먹고 살다보니(돈 때문에) 가족도 잊은채 너무도 바삐 살았던 지난날을 부끄럽고 쑥쓰럽게 생각하며 앞으론 무슨 일이 있어도 명절때나 제사때 만큼은 반드시 고향집을 찾으리라는 다짐도 하게 되리라.
앞으로 도시에선 도대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내친김에 고향에 눌러앉아 부모 형제의 농사일을 거들며 가까운 건축일용직에라도 며칠씩 나가면서 새로운 장래를 설계해 보도록 주선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리라.
각계각층에서 고통분담을 외치는 이때에 있는 놈들끼리 결딴내놓고 애매한 소시민에게 고통을 떠넘기려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부모 형제관계로 얽힌 가족간의 고통분담은 피를 나눈 진한 사랑이 있기에 그만한 고통쯤이야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