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아는 사람 중에 모 문학상 운영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있다. 몇 년 전에 그가 나에게 이 문학상을 받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의향을 물어온 적이 있었다. 문학도에게 있어서 문학상이란 대단한 영광이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상이란 받을 만한 일을 한 사람이 받아야 빛이 나는 것이지 준다고 덥석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내가 스스로 돌아볼 때 문학상을 받을 만한 업적을 쌓았다고 자신 있게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 정중하게 사양을 하였었다.
그리고 나서 후에 안 일이지만 그 문학상이란 게 상금은 없고 상패를 만들어 수여하는데 시상식에 소요되는 경비를 수상자가 부담하는 조건이 붙어 있는 것이었고 그런 조건만 수락하면 받을 수 있는 상이었다. 알고 보니 이런 류의 문학상이 그 곳 말고도 더러 있음을 알게 되어 혼자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후에 알고 보니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류의 상을 받고 뻐기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상이란 게 무엇인가? 그 분야에 훌륭한 업적을 쌓아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주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에 상을 받는 다는 것이 큰 영광이 되는 것일진대 돈 몇 푼에 허울용으로 거래된다면 그 상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요즘 미술계의 기린아로 보였던 모 대학교 교수의 가짜 학력이 들통난 것을 시작으로 행세께나 하는 사람들의 세탁된 학력이 들춰지면서 당사자들도 곤욕을 치르고 지켜보는 우리에게도 충격을 주고 있다. 그들 중에는 당사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를 사용하는 측의 인기몰이 수단으로 허위 학력으로 포장된 경우도 있다고 해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예의 허울용 문학상이나 학력세탁 모두 다 ‘껍데기 덧칠하기’라 하겠는데 이러한 껍데기 덧칠하기는 유형은 좀 다르지만 사실 우리 주위를 잘 살펴보면 많이 널려 있다. 이 같은 껍데기 덧칠하기는 크게 자기 현시형과 출세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앞에 예에서 허울용 문학상 같은 것은 전자에 속할 것이고, 가짜 학위는 후자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현시형은 스스로 알맹이가 부실하다고 느껴(잠재적으로라도) 이를 부풀려 보려는 과대포장 하는 것으로 상의 품위를 망가뜨린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타인에게 크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출세형은 우리 사회가 능력으로 평가하지 않고 외형적인 요건 위주로 따지는 풍토에 기인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연극 배우 모씨가 기자회견 중에 ‘우리 사회에서 행세하고 출세하는데 최고의 증(證)은 인격이 아니라 학력’이라고 한 말을 우리가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능력은 있으나 간판이 좋지 않은,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이 피해를 보게 마련이어서 문제가 된다. 물론 당사자들은 자신들도 학벌주의의 피해자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일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중의 하나인 학벌주의·간판주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래서 껍데기보다 알맹이를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시인의 시 한 구절이 귓가에 맴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