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구미 부녀회원 등 주민들이 현대제철 사업단 사무실 정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성구미 부녀회원 등 주민들이 현대제철 사업단 사무실 정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대제철(주) 김태영 부사장이 송산지방산업단지 건설로 소음과 분진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가곡2리 주민들과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지난 13일 원료야적장 공사 소음으로 시공사측과 일주일째 대립을 벌여왔던 가곡2리 주민들의 요구가 현대제철측으로부터 받아들여졌다.

이날 8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마을대책위 협상단과 사측 관계자들은 현대제철 김태영 부사장과 주민들이 만날 것에 합의하고 김태영 부사장과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원료야적장 공사 현장내 항타 작업을 중단하는 것에 양측 모두 합의했다.

이에 앞서 13일 오전 송산면 가곡1·2리와 동곡리 주민 100여명은 송산지방산업단지 건설로 인한 소음과 분진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시공업체인 (주)엠코 정문에 모여 항의농성을 벌였다. 이날 주민들은 지반 강화를 위해 강관이나 콘크리트로 만든 지름 60㎝, 길이 20m의 말뚝을 박는 항타 작업이 주민들에게 소음과 분진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성의 있는 대책과 함께 엠코측 관계자와 현대측 관계자가 자리한 3자 협상을 요구했다. 또한 주민들은 엠코 옆 현대제철 사업단 건물에 진입을 시도해 시공사측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물병에 담긴 새우젓을 뿌리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우동기 대책위원장은 “항타 소음과 분진이 주민들의 삶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소음저감대책과 분진방지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엠코측에서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속적인 대책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지난달 27일에도 사측과 함께한 자리에서 저감대책을 약속받았으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농성 3시간여만인 오후 1시경 엠코측 관계자와 현대제철 관계자 등 4명과 주민대책위 협상단은 주민대책위사무실에서 협상자리를 가졌다.

한편 농성에 나섰던 마을주민들은 이날 밤 11시경 해산했다.

“참다 참다 점거 농성 벌였다”

지난 7일부터 이어진 마을주민들의 건설현장 점거농성과 (주)엠코 사무실 점거농성, 그리고 동곡리와 가곡리 주민까지 합세한 항의농성 등 송산지방산업단지 건설로 인한 마을주민들과 사측간의 대립이 일주일째가 되면서 격해졌다. 이와 같은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0일 송산면 가곡2리 김원용씨의 축사에서 공사소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어미소가 갓난 송아지를 밟아 죽이면서부터였다.(본지 675호, 2007년 8월 20일자 보도)

이미 마을주민들은 공사소음 저감과 분진대책을 엠코측에 수차례 요구했었으나 송아지가 어미소에 밟혀 죽는 사건이 발생한 것.

송아지 죽음을 놓고 논란이 일자 엠코측과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난 8월 27일 마을주민들에게 소음과 분진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는 약속한바 있었다. 그러나 사측의 약속과는 달리 공사소음과 분진 대책은 이뤄지지 않았다는게 마을 주민들의 주장이다.

결국 지난 7일 공사 소음으로 못살겠다며 화가 난 성구미 부녀회와 주민 40여명이 마을인근의 송산지방산업단지 건설 현장을 기습 항의 방문했다. 주민들은 항타 기계를 멈추게 하고 공사를 중지해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한쪽기계가 멈춰서면 다른 쪽 기계가 작업하고 다른 한쪽 기계를 멈추게 하면 또 다른 기계가 작업을 하며 항의 방문한 주민들을 우롱하고 무시했다는게 당시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에 격분한 마을 부녀회 주민들은 엠코 사무실로 이동해 사무실을 점거하고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마을주민들은 밤새 엠코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끝에 주말에는 작업을 멈추겠다는 약속을 받고 돌아왔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주민들은 공사현장에 천막을 치고 점거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10일에는 엠코측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려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주민 1명이 머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후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주민들과 엠코측 관계자들이 만나 협상했지만 서로의 의견을 좁히지는 못했었다. 지난 13일에는 가곡1리와 동곡리 주민까지 합세해 항의농성을 벌였다. 처음 가곡2리 주민들로만 농성을 벌였으나 이날 가곡1리와 동곡리 주민들도 뜻을 같이 한 것. 가곡1리의 한 주민은 “이번 일이 가곡2리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게 돼 가곡1리 주민들과 동곡리 주민들이 뜻을 같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 배려하는 대기업의 모습 아쉬워

마을주민들과 시공사측의 대립양상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며 인근주민까지 시위에 합세한 것에 대해 과정을 지켜본 대다수의 사람들이 시공사측이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이처럼 사태를 키웠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음에도 시공사측에서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법규 허용 한도 내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아무 문제없다는 의견만 내세우며 공사를 강행한 것이 주민들의 감정을 건드린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민들의 피해 주장을 애써 무시하며 마지못해 한 약속이라도 지키려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던 것에 대해 주민들은 분개하고 있다.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잃어야 하는 주민들의 허탈함을 보듬어 주고 배려하는 대기업의 모습이 있었다면 이와 같은 사태는 미연에 방지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