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갈등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나 폭력을 이용하면 아주 심각하고 큰 문제가 된다”
갈등은 폭력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 만난 베르그호프 연구센터의 데이브 디렉트(Dr.David BloomFiold)는 “갈등은 폭력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갈등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갈등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나 폭력을 이용하면 아주 심각하고 큰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말하는 갈등과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우리 사회와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네덜란드의 주민참여제도, 오스트리아의 갈등조정인 선임, 독일 베를린 홈볼트 대학의 법학전문 연구소, 베를린 베르그호프 연구소 등 우리가 만난 이들은 갈등조정 전문가를 양성하고 갈등을 연구하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갈등을 해결하고 있었다.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44) 소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지역 갈등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나 전문가들이 없는 상황에서 ‘관공서가 공공사업을 추진하면 지역 주민들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하는 권위적인 행정 관행과 문화가 계속되기 때문에 지역갈등이 끊이지 않고 폭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또 “주요 이해 관계자를 배제하거나 주민의견 수렴 등 중요한 절차를 건너뛰는 절차적 문제가 갈등 촉발의 원인”이라며 “이해 관계자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과 적당한 보상이 이뤄지지않는 이해관계 불일치에서 갈등이 빚어진다. 물리력을 통해 강제 개입하기보다 논의구조를 형성하고 권위있는 제3자를 통한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등, 체계적으로 관리 한다.
독일은 우리와 같은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 2차대전 패배로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었다가 1990년 10월 3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통일을 이뤘지만 동·서독간에 심각하게 벌어진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차이로 인해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독일은 이같은 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할 중재자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베를린 시내에 위치한 독일 최고의 대학인 훔볼트대학을 비롯해 많은 대학에서 갈등 조정자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문적인 갈등 조정자를 키워내고 있다. 또한 사회 각계각층의 도움으로 1993년 설립된 베르그호프 재단의 베르그호프연구센터는 갈등과 평화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갈등 조정 전문가를 양성한다.
베를린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200년 역사의 홈볼트 대학.
홈볼트 대학교 법학전문연구소는 법학부내 하나의 학부로 1997년 설립됐다. 그러나 재정보정은 각 재단이나 변호사 사무실에서 출자해 설립됐다. 이 법학전문연구소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이론과 실기를 접목하는 것이다. 교수 뿐 아니라 변호사나 전문가를 초빙해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그들을 통해 실습을 한다.
학부 과정 내에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기 중이나 졸업후 정부의 시험에 합격해야 변호사로서 일을 할 수 있다. 학기중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그후 이런 코스를 이수하게 되면 법원 등지에 실습을 내보내 실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매년 툴란드 로스쿨과 함께 ‘분쟁해결에 관한 국제 여름학교’(International Summer School on Dispute Resolution)를 개최하고 있는 데 한 강좌당 120명 안팎의 학생이 참여하며 독일 뿐만 아니라 인접 오스트리아나 폴란드, 네덜란드 등지의 학생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공공정책 갈등 조정’, ‘가족 및 개인 간의 분쟁 조정’, ‘사내 갈등 조정’ ‘다문화 갈등 해결 연습’ 등 지자체와 지자체간, 지자체와 주민 간 갈등, 그리고 회사와 가족처럼 사소한 갈등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독일 조정관협회는 2002년 기준으로 수치상 드러나는 크고 작은 갈등 건수만 연간 2000~2500건 정도인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0%가량의 조정에 성공하고 있다.
법학전문연구소 관계자는 “조정이 필요한 갈등의 경우 고객이 밝히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이런 갈등들은 정확히 수치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갈등까지 감안할 때 연간 4000~5000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갈등을 연구한다
베르그호프 연구센터의 데이브 디렉트(Dr.David BloomFiold)는 “심각한 상황보다 실용성과 정체성을 가미해서 연구하고 있다”며 “갈등의 현장에서 갈등을 연구하며 갈등 해소를 위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베르그호프 연구센터는 독일내의 갈등뿐 아닌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갈등의 현장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보스니아를 비롯해 세르비아, 조지아, 스리랑카, 수단, 레바론, 콜롬비아, 아일랜드, 북한 등 연구의 폭은 세계적이다.
데이브 디렉트는 “세계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동참해서 평화를 이루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평화단체에서 일을 했는데 처음에는 정치적인 타협이 소용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정치적인 행위가 필요없다고 했고 정치단체는 시민단체가 필요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서로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국민들이 시민단체들을 믿지 않고 따르지 않는다면 소용없고 국민들이 아무리 사랑하고 따른다 하더라도 정치화, 조직화되지 않다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첫번째 질문은 갈등을 해결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가이며 그 다음으로 화해의 방안은 무엇인가이다”라고 말했다. 또 “갈등으로 인해 서로 상처를 주고 상대에게 공격을 하게되는 상황이라면 조심해야 하며 서로 사랑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갈등의 대상자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가 옳고 그른가 하는 것보다 서로 믿고 신뢰하는 것이 갈등을 중재하고 관리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연재를마치며 | 기자수첩]
갈등을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급변하는 우리 지역사회에서 집단간, 개인간의 갈등이 수없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 공동기획한 ‘폭증하는 지자체 갈등, 해법은 없는가’라는 해외 공동취재에 참여하며 우리 지역사회의 현실을 뒤돌아 볼 수 있었다.
독일에서 만난 베르그호프 연구센터의 데이브 디렉트(Dr.David BloomFiold)는 “갈등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갈등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나 폭력을 이용하면 아주 심각하고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갈등이 없다면 삶이 지루하고 변화와 발전이 없을 것이다. 사회는 (변화와 발전을 위해)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갈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한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아직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전문가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가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갈등상황에서 우리사회는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이면서도 가장 빨리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문제가 해결된뒤에도 우리사회는 크나큰 상처를 짊어지게 된다.
신뢰의 부재도 한 몫을 했다. 이면합의, 밀실 행정, 모든 정보가 숨겨진 채 투명하지 못한 사업진행 등 이 모든 것이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 공항 확장과 관련해 조정자로 선임됐던 프레더씨는 “갈등발생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했다.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한다면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현재 시를 앞두고 있는 우리 지역사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한번 되돌아 보아야 할 시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