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걸어서 오셨다. 강연장 밖에서 뚜벅이로 들어오시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고 ‘역시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모둠에서 교수님의 저서에 대해 토론하면서 마지막 부분을 보니 ‘차를 타지 않고 걸어다니고 싶은데, 변명같지만 잘 안된다’는 말씀을 써놓은 것이 기억났다.
그런데 조치원에서 이곳까지 먼 길을 마다않고 차 없이 오신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위한 아름다운 발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같은 명랑함이 첫인상에서 담뿍 풍겨나왔다. 사람살이의 따뜻함이 얼굴에 그대로 배어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강연의 내용은 아프도록 내 삶을 돌아보게 했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했다.
발딛고 서있는 여기, 바로 지금부터 희망의 불씨를 지펴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성찰해 보자고 하셨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남보다 잘 사는 미래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저당잡힌 채 살아가는 것이 정말로 옳은 것인지 반문해 보자고 하셨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꼭 껴안은 고슴도치 두 마리는 서로의 가시로 인해 더 큰 상처를 입을 뿐이라고 하시면서, 자식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소유욕은 결국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상처만 남길 뿐이라는 말씀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 구속이 아닌 신뢰로, 상처가 아닌 사랑으로 우뚝 설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일류 대학, 일류 직장, 일류 아파트에 대한 강박증을 버리고 지금 나의 행복을 일류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타자의 불행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나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권리는 바로 지금,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자고 하셨다. 지금 나는 행복한가?
교수님이 사시는 서당골은 친정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교수님의 자녀들이 다녔다고 한다.
내가 교수님 아이들의 선배가 되는 셈이다. 친정집이 서창리 모과나무골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무척 반가워하셨다.
다음에 조치원에 갈 일이 있으면 놀러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좋다고 하신다.
자신을 자주 부르는 모임은 좋은 모임이 아니라면서, 이제 고민과 실천의 씨앗이 던져졌으니 가족과 이웃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어린이책시민연대가 되어주길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교수님의 발걸음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