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군청 모습. 최근 위장전입 독려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무원사회도 불안에 떨고 있다.
▲ 당진군청 모습. 최근 위장전입 독려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무원사회도 불안에 떨고 있다.

‘시추위 해산하라’는 시민단체에 ‘애향심 모독’ 반발도

지역의 갈등 조정자·장치 아쉬워

충격과 반성이 점차 불안으로

당진군의 대대적인 인구 위장전입과 연이은 방송보도 등의 여파로 지역사회 전체가 흉흉한 분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자칫 주민갈등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여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다.

시승격을 앞당기려는 당진군의 무리한 인구불리기가 주민등록 불법위장전입을 대대적으로 부추겼다는, 지난 3월31일 케이비에스(KBS)의 최초 방송보도 이후 주민들 사이에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놀라움과 ‘터질 게 터졌다’, ‘이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반응들이 지배적이었다. 일부에서 ‘당진만 낙인찍히는 것 아니냐’ ‘군민 전체가 죄인된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으나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소수의견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2주 넘게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자 처음 충격과 자성(自省)의 목소리를 내던 주민과 공무원 사이에서도 ‘사안이 심각하긴 하나 너무한다’ ‘무섭다’는 반응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연이은 방송보도로 심한 불안감과 수치심이 든다’ ‘아무런 예고나 양해없이 촬영해 마치 범죄자가 된 기분’이라는 의견에 ‘부족한 대로 지역사회 스스로 해결할 시간을 먼저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주민들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일부에서는 이에 대한 책임공방마저 일어나고 주민단체 사이에 갈등의 조짐까지 일어나고 있다.

‘당진망신살’ 부정적 견해도

KBS는 첫방송을 위해 지난달 26일경부터 대대적인 취재를 시작, 31일부터 연이어 3일간 이 문제를 탐사보도와 속보 형태로 보도한 데 이어 선거가 임박한 4월7일과 8일에도 다시 헬기를 당진상공에 띄워 항공촬영을 하거나 공공기관과 상가 등을 돌며 취재를 계속했다. 7일 KBS는 ‘참정권 실종사태’라는 제목의 관련 보도를 통해 인구가 위장전입된 당진의 건물과 가정집 등에 무더기로 배달된 선거홍보물을 보이며 ‘행정기관의 안이한 대처로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사태가 예고된다’고 투표율 하락을 우려하는 내용의 보도물을 방영했다.

보도내용과 실제 무더기우편물을 본 주민들은 또다시 이에 대해 놀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지난 8일 당진읍내 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한보철강 부도, 대형 수해, 사건사고 등 부정적인 사건으로만 알려져 대외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당진군이 모처럼 발돋움하려는 시점에서 또다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사건이 터져 망신스럽다”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다른 지역도 시승격 과정에서 인구부풀리기를 하지않은 지역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꼭 이렇게까지 해서 당진을 두고두고 국민앞에 망신시켜야 하느냐”고 말했다. 심지어 ‘누가 제보했나’, ‘시민단체 회원들은 당진군민이 아닌가’, ‘그들이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일각에서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원죄는 군수, 너무 성급했다

물론 여전히 최초 원인제공자를 분명히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주민은 “공무원 한사람 한사람에게 책임할당을 주고 문책하는 식으로 대대적인 불법이 이루어졌다면 결국 곪고 곪았다가 터질 게 터진 것 아니냐. 마땅히 군수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한 회원도 “군수와 고위직 공무원의 적극 추진 아래 불법이 이루어졌고 많은 사람이 불법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가 방송을 통해 뒤늦게 불거진 것에 대해 시민단체에 책임을 묻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 일이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진군의 경우 타지역에 비해 그 정도가 워낙 심했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목회자인 주민 한 사람도 “당진군수가 너무 성급하게 시승격을 달성하려 했던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추위 해산’ 요구에 갈등조짐

그런데 상황은 또 참여연대등 시민단체와 시승격캠페인 활동에 참여해온 ‘시승격추진위원회(상임위원장 이명남. 이하 시추위)’ 관련단체 사이의 갈등으로도 비화될 조짐이다.

당진군농민회(회장 이덕기)와 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회장 이재만), 당진환경운동연합(상임위원장 박세진), 당진전교조(지회장 안광진) 등 4개 단체는 지난 4월3일 민군수와 직접 만나 ‘최근에 불거진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한 후 성명서를 내면서, 민군수 사퇴를 주장한 데 그치지 않고 시추위의 동반책임을 물으며 ‘단체해산’을 요구한 바 있다. 참여연대 등은 이날 성명서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방조하는 데 쓰여진 예산을 전액환수하고 시추위를 해산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시추위 관련단체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일관되게 15만 도농복합도시와 시승격 대비를 주장해왔고 기업체를 방문해 현 거주자의 주민등록전입을 독려해왔을 뿐, 당진군이 읍인구 5만달성으로 무리하게 목표를 급선회할 때도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각급 사회단체 대표 등 50여명으로 구성돼 활동해온 시추위를 불법방조자라며 해산을 요구하는 것은 애향심을 모독하는 지나친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소속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갈등조정자ㆍ장치 아쉬워

이처럼 문제가 수습되지 않고 자꾸 커지면서 주민의 불안과 갈등 해결방안을 찾는 일이 또다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모 시민단체의 임원이면서 시추위 소속단체의 회원이기도 한 주민은 “최근에 불거지는 단체간 갈등도 당진군이 책임지고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가 당진군이 시승격의 장점만 부각시켜 군민의 기대심리를 키운 데 있으므로 거기서 비롯된 모든 문제에 당진군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 시승격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같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지금이야말로 지역에 있는 모든 단체를 아울러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어른’이나 ‘장치’가 보이지 않아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반대의견에 예민한 상황임을 고려, 취재원은 모두 익명으로 보도합니다.

공무원 사회, ‘불안, 분노, 뒤숭숭’

하위직까지 조사불려다녀도 위에선 ‘묵묵’

당진군청에서는 최근 읍내 곳곳에 전입해 있던 비거주자의 주민등록을 원상복구하느라고 공무원들이 정신없다고 한다.

지난해 연말기준 당진읍 인구 5만 달성을 통해 시승격을 달성하려던 성급한 꿈은 정부에 시승격 요청을 내고 마지막 실사만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그만 접어야 할 상황. 그동안 매월 할당받은 전입인구수를 채우기 위해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공무원들은 이제 빗발치는 독촉속에 시급을 다퉈 전입 주민등록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당진군 사례가 방송을 통해 터지자 4월4일부터 전국에 걸쳐 주민등록 일제정비에 들어간 데 이어 4월14일부터 5월13일까지 한달 동안은 이에 대한 사실조사를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입시킬 때 비교적 수월했던 일은 막상 퇴거하려니 전입자 당사자가 직접하는 수밖에 없어 불편한 부탁을 거듭해야 하는 공무원 개개인의 속사정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지경.

이런 가운데 경찰의 조사가 3월말 고위직과 주민들에서 최근 일부 하위직 공무원에게까지 미치자 공무원들은 자신도 언제 소환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더불어 속시원히 책임을 지지 않음으로써 부하직원들을 사지에 내모는 책임자와 상급자들에게 분노마저 느끼고 있다. 송악면에서 불거진 불법전입을 ‘그건 그쪽 일’이라고 보는 태도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 상황이다. 민종기 군수는 수차례 ‘책임지겠다’고 말하고 주민과 하위직을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누구도 시민단체가 주장한 ‘무한책임’을 자처하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서는 민군수의 사퇴 등 거취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지만 ‘충남도 감사와 경찰수사 후 책임부분에 대해 마땅히 군수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충남도는 지난 4월4일부터 당진군청에 조사담당팀 등 5명을 배치해 오는 18일까지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4월7일과 8일에는 행정안전부에서 확인차 다녀갔다.

시승격 어떻게 되나?

“15만 도농복합시로 방향선회” 시승격 둘러싼 논란 계속될 듯

시승격은 아주 물건너갔나? 주민들 사이에 궁금증이 일고있다. 공무원들도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가장 근접한 답변은 ‘인구 15만의 도농복합시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손인옥 총무과장의 말일 것 같다. 손과장은 지난 7일 그것이 민군수의 계획이라고 말하며 “이제 더 이상 ‘무단전입’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과장은 “당진에 거주하면서도 주민등록을 이전하지 않은 만5천에서 2만명 사이의 기업체 직원 등을 전입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시추위도 애당초 그 방안이 현실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승격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 15만인구 도시로 다시 가닥을 잡는다 해도 ‘적극적 인구전입’, ‘자연적 승격’이라는 입장 차이에 따라 구체적인 방법과 시승격 예상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로 격상되는 행정적 절차’와 별개로 도시ㆍ환경기반, 교육ㆍ문화인프라 확충 등의 숙제는 여전히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어려운 해결과제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2010년~2012년은 내다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시민단체 내부와 주민 가운데 시승격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시승격 ‘찬반’부터 방법론까지 앞으로도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해 10월 시추위가 군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47.8%가 2~3년내(2009~2010년)에 시승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39.7%가 내년(2008년)에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6.6%는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시승격의 효과에 대해서는 조사자의 65.6%가 삶의 질 향상을 기대했고 26.1%는 그저그럴 것으로, 8.3%는 더욱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