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팔불출
"역사유산을 자랑 못하는 우리들"
우리는 옛부터 자식자랑을 하고 배우자를 자랑하는 사람을 팔불출이라 일컬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것을 너무 자랑하고 잘난 척하는 것을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 자기 가문을 자랑하고 조상을 자랑하며 남 앞에서 위세를 떠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부러워했다. 또한 자기 고장을 사랑하며 자기 고장을 자랑하는 것도 미덕으로 받아줬으며 현대사회는 자기 PR시대라 할 정도로 홍보와 광고를 중요시하는 시대로 변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리 자랑해도 끝없을 정도로 훌륭한 조상과 그런 선조님들이 가꾸어온 자랑스런 우리고장을 자랑하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름 아니라 대호지 4.4독립만세운동의 홍보부족을 지적함이다. 우리는 지난 4월 대호지 4.4독립만세운동 8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뜻있는 인사라면 많은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좁은 행사장에 누추한 사당, 단발성 행사를 치르기에 급급한 모습과 80년 전의 함성속에 그냥 묻혀버릴 것 같은 만세소리를 들으며 부끄러움마저 느꼈을 것이다.
탄압과 굴욕으로 이어지던 암울했던 일제치하에서 조국 광복을 위한 의지 하나로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독립을 외쳤던 대호지 4.4독립만세운동. 당시 아쉬울 것이 없었던 현직 면장까지 앞장서는 가운데 1천명이 넘는 지역주민들이 대규모 독립만세운동을 벌였으니 그곳이 바로 우리고장 당진땅에서의 일이었다.
단일 독립만세운동으로는 너무나 많은 39명이 독립유공자로 서훈받고, 578명의 위패가 모셔질 정도로 그 규모면에서 가히 손꼽을 만한 독립만세운동이 우리 선조들에 의해 우리고장에서 거행됐던 것이다. 실로 우리는 이토록 훌륭한 선조님들을 모시게 된 점 자랑스럽고 충절의 고장에서 태어났다는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또한 대호자 4.4독립만세운동은 우리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운동의 위상은 어떤가. 유관순 열사나 아우내장터의 만세운동은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그보다 훨씬 규모가 컸던 우리고장의 만세운동과 그 거사에 참여했던 순국선열들은 우리 군민들조차도 모르는 실정이다.
다른 독립운동에 관련된 사건이나 인물들이 성역화 되고 위인으로 불려지는데 반해 대호지 4.4독립만세운동은 그 위상이 초라하기 그지 없다. 물론 대호지 4.4독립만세운동이 그에 대한 사료수집 등에 문제가 있어 당국에서 인정받는 것이 늦어지고 서훈받은 것도 불과 몇년전 일이니 홍보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후손된 입장에서 선열들의 업적을 기리고 살신호국 정신을 이어받아 조국통일과 민족중흥을 꾀해야 하는데 충분히 노력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문제다.
자랑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자랑하는 사람을 팔불출이라 한다면 자랑해야 할 것을 자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불러야 하나?
더 이상 우리 스스로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대호지 4.4독립만세운동을 널리 알리고 제 위상을 찾는데 힘써야 하겠다. 방법은 많을 것이다. 이를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용기가 없고 열의가 없으며 눈앞의 물질적 이득을 우선하는 현 실태를 반영하듯 우리모두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던가 되돌아 본다.
특히 우리 고장의 지도자들은 유권자의 표를 쫓고 인기를 얻는 일이나 생색낼 수 있는 일에만 관심을 보이지 말고 훌륭한 선열에 대한 후손의 도리도 다하고 같이 팔불출이 될 위기에 처한 지역주민을 위해 이 일에 앞장서기를 기대해본다.
그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닐 것이다. 명분도 얼마나 훌륭한가.
이 인 수
다운조경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