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 부부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살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남편은 의처증 증세를 보였다. 의심을 시작하면 아이들과 ㄱ씨를 방에 가둬 놓고 밤새 때리기 일쑤였다. 한번은 두 딸을 먼 외곽에 버리고 오기까지 했다. 딸들에게 성교육을 해야 한다며 성적인 언어폭력을 일삼기도 했다. 결국 ㄱ씨는 남편 ㄴ씨와 이혼하기로 했다.
당진가정폭력상담소(소장 신순옥, 이하 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이와같은 가정폭력 관련으로 상담 및 신고된 건수는 무려 567건에 달한다. 군청 사회복지과와 건강가정지원센터로 접수되는 사례도 연간 한두건은 된다. 그런데 가정폭력의 경우 문제가 해결되어 폭력이 근절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 문제다. 경찰관계자도 가정폭력과 관련해 신고되는 일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대개 가해자가 되는 남성들은 가부장적 권위를 앞세워 유·무형의 가정폭력을 반복하고 정작 피해 당사자들은 신고를 미루다 피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태어난 지 한달된 아이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아내를 위협하는 남편에서부터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온몸에 멍자국을 만들어 놓는 엄마, 머리를 툭툭 치며 ‘네가 뭘 아냐’며 매번 아내를 무시하는 남편에 이르기까지, 올해 당진군내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례들은 다양하고 많다.
신순옥 소장은 “가정폭력은 가족이라는 1차집단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한 부부싸움으로 인식하거나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쉽게 하지 못해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생명에 대한 위협 정도가 심할수록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 하는 것”이라고 신소장은 말했다.
또 최근 군내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의 특징 중 하나는 결혼이민자가정에서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한편 상담소에 접수된 가정폭력 사례 중 1/3 가량이 자녀인 아동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졌다. 신 소장은 “아동학대 범주 내에 정서적 학대도 포함되기 때문에 부모간의 폭력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도 신체적 학대 못지않은 심각한 폭력”이라고 말했다.
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충남 전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건수는 사례별로 380건이며 그중 당진에서 발생한 사례가 20건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발생한 사례 129건 중 당진에서는 6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신 소장은 “아동학대는 어린 아이들에게 정서적 손상을 주어 정상적인 신뢰관계를 맺는데 큰 장애가 될 뿐아니라 적절한 치료와 조치가 따르지 않을 경우 성인이 된 후 또다시 가정폭력의 당사자가 되는 대물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정폭력은 가정의 일로 무심히 넘길 일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가정폭력 상담은 여성긴급전화 1366, 아동학대전화 1577-1391, 당진가정폭력상담소 041-354-2366으로 요청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