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효재처럼-자연으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를 진지하게 본다고 하면 코웃음칠 사람이 참 많을 것 같다. 내가 살림하고는 영 궁합이 맞지 않다는 사실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 알만한 사람은 다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덜컥! 책을 샀다. <효재처럼>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까지 해서. 출판년도를 보면 좀 되었다 싶은 책이다. 2006년이니까, 올해 1월에 이효재씨가 낸 책은 <효재처럼 보자기선물>도 있었다. 그러나 작가가 누구든 여러 권의 책을 출판했을 때 맨 처음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나름의 지론(持論)이다.
<효재처럼> 책을 받아들면 햇살처럼 환한 효재씨의 웃음이 나를 끌어당긴다. 이 환한 웃음은 내용 속의 효재씨 같지는 않다. 별 말이 없이 그저 좋아도 혼자 중얼거리는 낮은 ‘도'음 같은 여자인데. 그러나 자연과 더불어 살림하는 여자는 표현을 하지 않아도 늘 이렇게 환한 속마음을 갖고 사는 여자일 게다. 그래서일까, 표지를 보고 있으면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표지를 그렇게 봐서는 책의 얼굴을 다 보았다고 할 수 없다. 책 가운데를 잡고 앞뒷표지를 길게 펼쳐놓으니 푸르름이 가득한 담벼락과 작은 마당에 햇살같은 여자가 배추를 들고 웃고 있다.
<효재처럼>은 자연의 색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만원이 넘는 책값도 ‘이거 너무 싼 거 아닐까' 싶고 오래 묵은 남의 살림 지혜를 훔쳐보는 미안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책은 크게 집 꾸미기, 시골 먹을거리, 생활 소품, 살림 도구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시골집과 삼청동 숍 얘기가 나온다. 시골집은 경기도 여주인 것 같은데 우선은 부럽다. 자연처럼 비싼 것이 없는데 그 자연을 통째로 들여놓고 하얀 빨래를 널며 자연의 푸르름이 옴팡 물들 것 같은 곳에 살고 있는 여자, 그 여자의 별칭은 ‘부지런함'이다. 단독주택에 살아봐서일까 눈만 뜨면 돋아나는 풀들의 씩씩함을 알기 때문에 내가 붙여준 이름이다. 집이 넓다는 것은 손 갈 데가 많다는 것인데 효재는 잠이 부족하겠구나 싶다. 삼청동에 있는 효재숍은 섬세함이 돋보이는 집이다. 사람에 대한 섬김과 배려심이 있는 사람만이 꾸밀 수 있는 집이다. 이효재씨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본 것은 텔레비전 ‘인간 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어쩌다 보게 된 텔레비전에서 ‘참 독특한 여자다.' 라고 생각하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보게 되었다. 내가 아는 후배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여자처럼 아이도 없고, 손재주가 있고 깔끔하고 부지런한 내 후배! 인간극장을 다 보고 후배에게 전화를 했었다. 너 닮은 여자가 텔레비전에 나왔다고.
‘부엌이야기'편을 보면 사람은 제각각 한 가지씩의 욕심은 있구나, 또는 뭔가를 해소할 곳이 있구나, 그래서 잘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여자의 그릇에 대한 정성이 그렇다. 이사올 때 그릇을 포장한 상자가 100개를 넘어서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효재는 그릇을 쌓아 놓는 관상용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요긴하게 사용한다. 이것은 미국 버몬트에 사는 <행복한 사람, 타사튜터>와 같다고나 할까? 남들이 보면 모두 고가품이어서 잘 보관해야 할 골동품인 1800년대의 옷과 그릇들을 일상복으로 입고 사용하는 타샤튜터처럼 귀한 물건을 귀한 사람들을 섬기는데 사용하는 것이 두 사람의 매력이다. 또 하나 배운 것이 음식이다. 주변의 자연 재료로 반찬을 만들되 밥상에 3가지 이상의 반찬을 올리지 않는다. 단, 음식에 정성이 가득 배어 있다는 것. 작은 소품에 대한 정성 이야기는 그만두어야겠다. 우선 지면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고 그것을 얘기하기에는 내 손재주가 너무 부족하다.
그래도 내게 꿈이 있다. 나중에 맛있는 밥과 반찬을 만들어 공양하는 일을 하고 싶다. 일에서 조금 해방이 되는 날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맛있는 밥과 반찬을 만들어 먹이고 붉게 타드는 해창의 저녁노을을 함께 보리라, 하는 나만의 꿈을 다시금 일깨워 준 이효재씨에게 감사한다.
「 효재처럼-자연으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
저자 이효재 | 출판사 중앙MB | 가격 128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