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13분 어르신들 따뜻한 도시락 받아 어르신들 고마운 마음에 마늘 까서 넣어주시기도 합덕에 위치한 남부노인복지회관에는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인데도 여가를 즐기는 어르신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잠시 후 할머니 네분이 식당으로 들어가신다. 식당에 들어선 할머니들은 앞치마와 머리수건을 정갈하게 갖췄다.

할머니들은 65세 이상에 해당되는 일자리사업 공공근로자분들로 매주 수요일에 출근해 13인분의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남부노인복지회관에서는 합덕읍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에 해당되는 분들에게 매주 수요일 도시락을 보낸다. 도시락을 만드는 네명의 할머니는 복지회관에서 여가를 즐길 나이임에도 오히려 다른 노인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오랜세월 음식을 만든 야무진 손맛으로 두가지 반찬을 뚝딱 만들어 냈다. 오늘의 도시락 메뉴는 파를 송송 넣은 계란말이와 감자가 먹음직스럽게 들어간 닭찜이다. “나도 복지관에 나올 나이긴 하지만 아직은 일할 기운이 나서 도시락 반찬을 만들고 있어요.

힘이 들때도 있는데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실 모습을 상상하면 기운이 나요.”(이재희 할머니) 오전 11시쯤 맛있게 완성된 도시락은 김건식 사회복지사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기사의 손에 들려 각 가정으로 배달된다. 김건식 복지사가 이날 배달을 맡은 곳은 합덕 중심부에 사시는 어르신들로 대부분 혼자 살고 계시는 분들이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셔서 장을 볼 수 없는 분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해요. 수요일 외에는 봉사분을 연계해 평소 생활 등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어요. 도시락 지원이 되지 않는 분들은 봉사자 분들이 음식을 해주시는 등 가사일을 돌봐주시죠.”

(김건식 복지사) 김 복지사는 13분에게만 도시락을 지원하는 것은 다른 단체에서도 도시락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체 보조에서 누락되거나 마을을 돌며 찾아낸 노인들에게만 도시락을 보내드리고 있다고. “산 중턱이나 외진 곳에 사시는 분들은 동네주민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면천 지역에는 소외된 노인분들이 많아서 찾아내기도 힘들고 간혹 복지관 어르신들이 알려주셔서 가면 이장님도 모르는 집이 많죠. 또 건드리기만 해도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집에 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두 번째로 도시락을 받은 박모 할머니는 지난 번에 기름을 넣어드렸지만 방 안은 냉골이었다.

그나마 할머니가 누워계신 자리에 깔린 전기장판이 약한 온도로 켜져 있을 뿐이었다. 박 할머니는 김 복지사를 보자마자 다음부터 도시락을 가져오지 말라고 하셨다. 고기를 드시지 않는 할머니는 도시락을 남겨 보내는 것이 내심 맘에 걸리셨던 것이다.

오늘 반찬도 닭찜이라는 말에 다시 가져가라고 하신다. “할머니, 건강해 지시려면 고기랑 생선 다 드셔야 해요. 닭찜에 감자라도 잡수셔요.”

“아유 나는 식상이 까탈스러워서 고기 냄새나는 건 먹지도 못해요. 그래서 우리 며느리 고생시키는데…나는 밥이랑 김치만 있으면 돼. 도시락만 보내고 다른 사람 줘요” 가져가라는 박 할머니와 감자라도 드시라는 김 복지사의 실랑이가 한참 이뤄지다 결국 김 복지사는 계란말이만 덜어드렸다.

김 복지사는 “합덕 중심 근처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주거환경이 나은 편이지만 대신 집세를 내셔야 한다”며 “기초생활 수급자로 정부에서 얼마 되지 않는 돈에 집세까지 내셔야 하니 많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도시락을 가지고 간 곳은 손자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김모 할머니댁. 대문 바로 옆 쪽문을 열고 들어가자 3명이 서있기 비좁은 부엌겸 거실에 할머니께서 배추를 다듬고 계셨다.

물김치를 담근다며 만지던 배추를 내려놓더니 반갑게 맞았다. 할머니는 “추운데 고맙게 또 왔네. 잘 먹을게.

고마워. 고마워”라고 말했다. 김 복지사는 사회복지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직업이기 때문에 고마워 해주시는 모습이나 맛있게 드시는 모습 등을 통해 다시 일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가끔 고마운 마음을 전하시려고 도시락통을 깨끗이 씻어주시거나 힘들게 깐 마늘이나 냉이를 넣어 보내주시기도 해요. 양이 적지만 그 마음만은 커다랗죠. 그런 마음이 있기에 추운 날에 끼니를 걱정하실 어르신들을 찾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