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보험료 왜 오르나?
기획 의료보험료, 왜 오르나?
쭔국가지원 감소·병원측 청구액 증가로 의보공단 적자발생
적자요인 고스란히 피보험자에 떠넘겨
의료보험료 끝없는 인상, 국고보조 확대·실제 소득파악 선행돼야
보험료 공정부과 안돼 서민·농민 주머니 털어
보험료는 끝없이 오르는데 치료비 없어 사람은 죽고
의료분야, 언제까지 손익만 따질 것인가
실업자 김씨 보험료 58% 올라
요즘 한참 모내기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덕기(39세, 우강면 신촌리)씨는 5월 의료보험료 납부청구서를 받아보고는 분한 마음에 일손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4월달까지만 해도 6만5천원 하던 의료보험료가 5월부터 8만원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IMF사태로 어느 농가나 마찬가지로 소득이 줄었는데도 이토록 대폭 인상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재산도 많지 않고 변동내역도 거의 없는데 이 정도로 올랐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모내기가 끝나는 대로 자세한 내역을 살펴보려고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우는 비단 이씨 뿐만 아니다.
지난해 4월 한보철강 하청기업인 모 기계정비업체에서 해직된 이후 지금까지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고 있는 김기한(35세, 당진읍 채운리)씨는 5월달 보험료로 3만3천70원이 청구되자 어이가 없었다. 4월달 2만8백50원에서 무려 58.6%가 오른 것이다. 의보측에서는 전에 누락됐던 집과 자동차가 이번에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집이나 자동차가 바로 현금이 되어 생계에 보탬을 주는 것도 아니고 팔려고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실직 때문에 가족도 뿔뿔이 흩어지고 급한 대로 일용직을 전전하며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마당에 의보료 58.6% 인상은 죽으라는 얘기밖에 안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 공식적으로 밝힌 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18.4%에 불과하지만 가입자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 인상률은 평균 인상률보다 훨씬 높다. IMF 사태로 직장을 잃었거나 소득이 줄었는데도 보험료가 오히려 크게 올랐는가 하면 배 이상 올랐다는 가입자가 수두룩하고 3∼4배 가까이 올랐다는 사람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의보공단 “국고보조 감소·보험
수가 증가로 불가피하게 인상”
5월31일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당진지사(지사장 오병렬) 창구에는 많은 의료보험 가입자들이 보험료가 부당하게 많이 올랐다며 항의하고 있었다. 사무실 안쪽에서는 직원들이 항의전화를 받고 인상사유에 대해 설명하느라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입자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받고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직원 허형욱씨는 “그래도 오늘은 많이 줄어든 셈”이라고 말한다. 청구서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하루 평균 30∼40여명의 주민들이 지사에 직접 찾아와 항의했으며 70여통의 전화가 빗발치는 바람에 업무가 거의 마비 직전이었다고 한다.
오병렬 지사장은 “각종 보험급여혜택이 증가하고 보험수가가 인상됨에 따라 현행 보험료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5천2백23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며 “더우기 국고보조금의 비율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기적으로 매우 어려운 때 보험료가 올랐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지만 지사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국고보조 감소가 가장 큰 원인
지난 5월27일 전국의 77개 사회단체 및 6개 지역단체로 구성된 의료보험 통합일원화와 보험적용 확대를 위한 범국민연대회의(집행위원장 허영구)는 성명서 발표를 통해 좥국고 보조금 50% 지원약속 이행과 지역의료보험료 인상 철회좦를 요구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정부가 지난 88년 지역의료보험을 시작하면서 보험재정 50%를 국고지원하겠다고 약속하고서 지원율이 계속 감소하여 현재 23%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이로 인한 부담을 농어민, 실직자, 일용직 노동자 등 영세서민에게 돌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한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부가 수십조원을 재벌구조조정에 지원하면서 1조원에 불과한 지역의료보험 재정의 국고지원을 이행하지 않고 보험료만 인상하는 것은 국민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99년 추경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즉각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지역의료보험 노동조합 당진지부(지부장 김형구)에서도 하반기 사업으로 좥국고보조금 50% 확보좦를 계획하고 있다.
부풀려진 보험약가·인상된
보험수가, 인상의 한 원인
우리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전체 진료비중 본인 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병원에서 의료보험측에 청구를 하는데 이를 보험수가라고 한다.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에서는 이 보험수가의 인상이 보험료 인상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보험수가는 인상조정을 요구하는 병·의료원의 의견에 따라 지난 2월 당정협의를 거쳐 인상이 확정됐다. 그러나 보험수가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들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몇몇 병원들의 사례를 들며 ‘부당진료비 청구가 적자의 한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한 시민단체는 자체조사를 통해 보험에 등재된 약품의 보험약가가 의료인들이 실제 구입하는 가격보다 두배 이상 부풀렸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그에 따른 약가인하 조치를 요구했었다.
약가인하조치를 통해 약 1조원의 의료보험 재정지출을 절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재정악화를 이유로 재정부담을 피보험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었다. 따라서 약품 실거래가격 조사결과의 공개 및 즉각적인 보험약가 인하조치를 통해 보험재정을 견실화하여 보험급여를 확대하고 과도하게 높은 본인 부담금을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에서는 병·의료원이 보험수가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의약분업의 완전한 정착, 의료기관의 기능분화 등 국민의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한 전반적인 의료개혁이 전제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각계 시민단체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재산과 소득에 따라 부과
그러나 소득상태가 투명한가
특히 이번에 민원이 폭주하는 이유는 통합전 해당 거주지별 재산자료만 적용되던 부과액이 5월부터 전국의 토지·건물 등 모든 부동산 자료가 파악·적용되는 바람에 경우에 따라 인상율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가 많은 지역의료보험 가입자의 경우 좥유리알 지갑좦이라고 하는 직장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각종 부동산과 자동차 소유형태 등 재산에 따라 등급을 정해 소득과 함께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의보공단에서는 재산의 경우 1백만원부터 20억원 이상까지 50등급으로 구분하고 자동차까지도 차종과 배기량, 사용연수 등에 따라 각각 보험료를 산출한다. 또 소득의 경우에도 과세소득이 연 5백1만원 이상이면 과세소득에 따라 50등급으로 나뉘어 보험료가 부과된다. 과세소득 연 5백만원 이하의 경우 세대 구성원의 연령, 재산정도 등에 따라 평가소득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30등급으로 나누어 보험료를 산출하고 있다.
시민단체 “실제 소득파악을
통한 공정부과 선행” 주장
재산과 소득에 따라 각각 50등급, 소득 5백만원 미만의 가입자 경우 연령·재산정도에 따라 30등급으로 분류하는 현재의 복잡한 부과기준은 자영업자들의 소득파악이 국세청에서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우리 사회 실정상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주거용 주택 등 부동산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소득도 생기지 않는 재산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거나 실제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경제활동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소득을 96년 과세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바람에 IMF 이후 실직 등으로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높은 보험료 기준등급이 적용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끊임없이 보험료 부과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보험료가 재산과 소득에 따라 합당하게 부과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민은 많지 않다. 따라서 적자누적에 따른 부담을 보험료 인상으로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좀더 공평하고 합당한 보험료 부과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시민단체에서는 재산과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좀더 많이 부담해야 하며 실직자와 저소득자, 농어민 등은 보험료를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소득파악을 위한 조세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자영·전문직 소득파악 안돼
특히 자영자 소득파악이 핵심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길은 국세청이 자영자의 실제소득을 최대한 파악해 나가는 것 뿐이라는 것이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에 구성되어 있는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가 검토하여야 할 핵심과제도 바로 국세청이 자영업자의 실제소득을 파악 할 수 있도록 세제와 세정개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즉각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세제와 세정개혁의 과제로, ①부가가치세 과세특례, 간이과세제도 폐지 ②신용카드이용 확대를 위한 신용카드 소득세 공제제도 도입 ③금융소득자료의 과세관청 제출제도 및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의 부활 ④전문직 사업자의 소득파악을 위한 보완대책(직종별 특성에 맞는 보완책이 필요, 예를 들어 변호사의 경우 개인의뢰인에 대해서도 세금계산서 발행을 의무화하고 변협을 경유한 수임자료 제출을 의무화 한다든지 하는 장치) ⑤세무조사의 강화 및 조세범에 대한 처벌강화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진정한 국민복지제도로 거듭나야
지난 5월6일 서울시 연남동에서는 정신병자인 어머니 김모(40세)씨가 집에 불을 질러 어린 두딸이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많은 언론에서는 혈육을 살해했다는 끔찍하고 선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했다. 이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적인 모순에는 그다지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젊어서부터 정신병으로 고통받던 김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지난 95년이었다. 그러나 어려운 살림으로 막대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김씨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어 갔으며 심한 정신분열증세를 보인 끝에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게 됐다. 결국 가난 때문에 귀중한 인명 둘이 희생됐으며 한 가정이 파탄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모든 의료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이른바 좥수익자 부담의 원칙좦은 이와 같은 비극을 언제든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데 그 위험성이 있다. 가난 때문에 죽음과 고통의 공포에 시달려야 하는 이 후진국형 비극은 70년대 한국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2천년을 바로 1년 앞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의료보험이 진정한 사회복지와 소득 재분재,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제 역할을 하려면 국가보조와 소득체계의 정확한 파악, 합당한 부과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김형구 의보노조 당진지부장의 의견은 대다수 뜻있는 주민들의 의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