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시가 시인의 손을 떠나면 온전히 독자의 것이 된다. 시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감상하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똑똑치 못한 시라도 능력 있는 독자를 만나면 좋은 시로 변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옛날 어느 몰락한 양반 집에 불구의 딸이 있었다. 그러니 좋은 사윗감을 고를 수 있는 처지가 못되어 신수는 멀쩡하되 좀 모자라는 사위를 맞게되었는데 친지들이 모여 신랑을 말하자면 시험을 하고 있었다. 한 선비가 신랑에게 시를 주문했다. 신랑은 사실 성명 삼자 겨우 읽고 쓰는 정도인데 시라니 당키나 한가. 장인이 집사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니까 집사가 지필묵을 준비하고는 “자 읊어 보시게 내가 받아 적지"하며 다가앉았다. 신랑이 난감해 하다가 음식상에 있는 국수 사발에 눈이 갔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국수 한 사발”했다. 집사가 “옳지 菊樹寒沙發 국화는 추운 모래밭에 피고”하며 받아쓴다. 신랑은 자신감이 생겼다. 밖을 내다보니 큰 개가 보였다. “워리 사냥개”하고 부르니, 집사 “옳거니 月移山影改 달이 옮기니 산 그림자 바뀌네” 신랑은 서슴을 까닭이 없다. 고개를 드니 거미집이 보였다. 신랑이 “천장 거미집”하니, 집사가 “天長去未執 하늘은 멀어 잡을 수 없는데” 신랑이 밖에서 도구(절구의 사투리)에 인절미를 찧고 있는 것이 보여 “도구 인절미”했다. 집사가 받아서 “渡口人絶未라 나루에는 인적이 끊이지 않네. 음 과연 절창이로세”
이래서 이 집 사위 잘 얻었다고 소문이 났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시인과 독자의 관계가 이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