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종교생활의 체험이라 함은 할머니가 천수경 한 줄을 외울 때마다 주던 100원을 받기 위해 열심히 외워서 할머니에게 칭찬받았던 기억 정도다.

그 외 종교생활을 해 본 경험이 없던 나는 우연히 고등학교 자취생활을 하다가 ‘천국의 열쇠’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지금 뇌리속에서 깊이 떠오르는 영상은 중국에 페스트가 유행하자 치셤 신부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내전과 무서운 기근이 몰아닥치자 강인한 인내력으로 사람들을 돌보았던 대목이다.

주인공이 금욕주의적인 인내력과 내면의 용기로 말없이 자신의 의지를 실행하는 치셤 신부의 모습이 비추어질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옴을 느낀적 있었다. 왜냐하면 주인공과 감정이입을 하고 일체가 되고 싶었지만 너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당혹스럽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특히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를 궁금케 했던 것은 종교가 무엇일까? 어떤 원동력이 있기에 그 주인공에게서 그러한 의지와 실천의 힘이 발산되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막연히 천주교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던 것 같다. 영화속에서도 신부가 나온 장면은 예사로 넘어가지 않고 집중해서 보았던 영화 ‘가사나무새’도 인상깊게 보았다.

그래도 그 시절에 가장 감명받았던 천국의 열쇠가 지금 나의 모습과 직업관에도 영향을 미친건 아닐까 스스로 위안을 삼을 때가 있다.

지금의 사회복지현장에는 나의 경험, 나의 가치관, 나의 지혜로도 어찌할 수 없는 현상들을 겪을 때마다 나의 한계를 느끼고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문뜩 치셤신부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그 신부는 인내와 용기로 이 상황을 극복했을 텐데, 나는 이 미온한 상황 속에서도 도망가고 싶은 욕구가 드는구나 하고 나를 자책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또다른 나를 발견하고 이끌어 주는 원심체로써, 이렇게 사회복지일선에서 머물 수 있는 힘이 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