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석 당진도서관장
▲ 한경석 당진도서관장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여기저기 몸 성한 곳이 없어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지도 어언 1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처음 어머니께서 병원에 다니실 때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중병이 아니었지만 2년 전부터는 손수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치매까지 동반되어 병원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께서는 지난 겨울 간경화로 끝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뇌졸중과 치매 증세가 갑자기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 보호자로서 의사에 의지하는 마음은 절대적이었다.

그동안 자식들 뒷바라지에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시면서 밤낮으로 걱정하시던 부모님의 애틋한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즘에 얻은 중병은 자식으로서 너무나 안타까웠기에 부모님의 병을 치료해 주실 의사 선생님은 신보다 더 의지하고 싶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사랑하는 손자를 참혹한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연에서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로서 끔찍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인간은 세월이 지나면 나이를 먹고 늙게 마련이지만 누구나 소망하듯 죽는 그날까지 아픈 곳 없이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을 게다. 치매는 정말 두렵고 무서운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고생하는 의사들의 몸부림이 드라마보다 더 리얼하게 다가온다. 내 삶도 중요하지만 내 이웃도 한번 더 돌아보게 되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아픔을 이겨내고 극복할 줄 아는 지혜도 배웠다.

결혼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던 꽃다운 아가씨가 깊은 좌절을 이겨내고 청첩장을 건네주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미니스커트를 입은 예비신부를 보면서 인간승리의 숭고함 마져 느껴진다.

인생은 어떤 삶이 바람직한 삶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된다.

때론 불행이 닥쳐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고 정말 의미있게 사는 게 뭔지를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사연들 속에서 우리가 찾는 삶의 진정성은 삶 그 자체에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인생은 내일 아침에 숨을 쉰다는 보장이 없는 것임에도 우리는 너나없이 진시황의 불로초라도 손에 넣은 듯 자만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가. 풍요롭진 못하지만 작은 나눔에 행복을 느끼고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한 삶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