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독서에 관심있는 여러분과 행사 차원으로 미당 시문학관을 방문하여 견학을 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하도 유명한 분이라 대충 어느 정도는 알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막상 그의 작품수량이나 인생 행적을 한데 모아놓은 것을 보니 새삼스러운게 하나 둘이 아니었다.
훌륭한 사람의 한 인생이 이렇게 찬란할 수 있다는 것도 느꼈고 우리 언어는 이런 공로자들에 의해 다듬고 가꾸어 더욱 빛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개인적으로 우리 조상님들에게 가장 고마운게 우리말과 글을 지금까지 잘 물려준 것으로 꼽고 있다.
얼마전 인도네시아 어느 부족어를 지키기 위해 우리 한글을 빌어 쓴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한글의 창의성과 과학적 우수성은 세계 언어학자들도 대다수 인정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말 역시 한글과 같은 표현력이나 예술성은 우리 스스로 생각해 봐도 대단히 편리하고 다양하다. 말과 글이 쉽고 편리하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90%가 넘는 문자 해득률만 보더라도 인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매사의 흐름에는 걸림돌이 있듯이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에도 해충이 달려들어 갉아먹는 경우가 많다. 일반대중들은 그 뜻을 도무지 알 수 없는 신조어가 인터넷에 난무하고 방송에서는 막장단어들이 춤을 춘다. 무슨 외계인을 대하는 기분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물론 자기 입으로 말하고 본인 손으로 쓰고 두드리는 글자를 어찌 막으리오마는 어쩐지 좋은 나무가 많은 산에 철없는 이들이 불 지르는 모습으로 연상된다.
우리 언어가 맥없이 당하는 느낌인 것이다. 또한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엄연히 있는데도 힘쓰는 곳에서는 언제나 우리 실생활의 언어와 다른 대추나무와 같이 단단한 용어를 과시하듯 사용한다.
상대방이 이해하는 건 그 두 번째이다. 법조계, 의학계, 행정민원, 금융계가 바로 그 중심에 서있다.
법과 관계된 곳, 건강, 살림 그리고 돈과 관련된 곳은 우리네 인생 송두리째 모두 관련되어 있다. 인우인(보증)이 뭐고 물상대위(우선권리)가 무슨 말인가. 병원에서 알파벳 초서로 휘갈기는 것은 딱히 환자가 몰라도 된다 쳐도 피부과에서 「비배부 심창성 좌창증상」 이라고 쓴 것을 볼 때 웬만한 당사자는 가슴이 내려앉는다. 콧등에 대수롭지 않은 일반 여드름이라는 뜻인데도 말이다.
이 뿐인가 보험계약서, 세금신고는 어떠한가. 이래저래 전문가에게 맡기자니 돈이 많이 들고 직접 하자니 답이 안 나온다. 물론 복잡하고 대단히 중요한 것은 반드시 향후 법적책임 소재를 위해서라도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되지만 실생활의 민원성격 서류는 얼마든지 간소화, 능률화 할 수 있다.
많이 배운 것을 꼭 써먹어야 된다면 동료들끼리 쓰면 된다. 그러나 일반서민은 안 그렇다.
국민과는 항상 소통이 잘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운 걸 풀어서 이해시켜야 한다. 판결문을 받아도 죄를 지은건지 아닌건지 모르고 또 법을 몰라서 못 지키는 것은 어떻게 해야되나.
서민을 우대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주머니와 유식한 분들의 밥줄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년에 영국에선 생활보호대상자가 난방비 신청서를 작성 못해 얼어 죽은 뒤로 「쉬운 영어쓰기운동」이 일어났다. 그 결과 영국정부의 홍보예산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튀기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서 근본 없는 신조어 만들고 각 분야에서 고식적인 용어들을 사수한다면 우리의 주옥같은 말과 글은 점점 빛을 잃어갈 것이다. 우리 언어는 우리가 다듬고 가꾸어야 한다.
시인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곱고 바른 말을 생활화하면 인생은 빛나게 되어있다.
인물평가 기준이었던 「용모, 말하기, 글쓰기, 판단력」 네 가지 덕목중에 두 가지가 말과 글이다.
한글날을 보내면서 내 자신 되돌아보고 반성하면서 노력을 다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