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휼륭한 책을 만났다. 인생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체념한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고치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은 밭을 가꾸는 일 덕분 이었다. 오래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른 수작이다.

요미우리신문이 이렇게 평한 폴 플라쉬만의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을 접한 것은 대학원에서 생태유아교육에 대한 논문을 준비할 때였다.

이야기는 미국 클리블랜드의 깁 스트리트라는 여러 나라 사람들 이주해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임대아파트 가운데 작은 공원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해 쓰레기장으로 쓰이는 황량한 곳이다. 어느 날 베트남 소녀 킴은 공원 한 귀퉁이에 강낭콩 씨앗을 심으면서 “무럭무럭 자라줘, 얘들아 우리 아빠가 하늘나라에서도 금방 알아보실 수 있게 말이야”라는 소망을 함께 심었다.

무심히 창밖만 바라보는 생활에 젖은 아나 할머니가 킴을 보게 된다. 다음은 아나 할머니의 아파트 이웃인 웬델의 주말이야기인데 할머니를 대신해 말라가는 소녀의 강낭콩 씨앗에 물을 주면서 킴의 씨앗 옆에 텃밭을 일구며 작은 것들이 모여 큰 힘을 만든 값진 깨달음을 얻는다. 곤잘로 할아버지가, 다시 한국인 세영이 그 뒤로 샘할아버기가 다시 흑인 커터스가 그리고 10대 미혼모 마리셀라 등 열세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절망의 일상을 희망으로 바꾸게 되는 텃밭 가꾸기 이야기이다.

한 고랑 한 고랑 밭이 넓어지면서 텅 비어있던 공터는 기적처럼 푸른 농작물이 가득한 밭으로 변해 간다. 이는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문을 닫고 살던 삶에서 뛰쳐나온 다양한 인종들이 언어와 사회적 배경이라는 벽을 극복하고 서로를 북돋워 주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 낸 이야기 이다.

텃밭을 가꾸고 산책을 즐기는 우리 유치원을 다른 선생님들은 ‘농사 유치원’이라하고 학부모는 저절로 착해지는 유치원이라고도 한다. 흙과 채소를 싫어하던 아이들이 유치원보다 텃밭을 좋아하고 배추를 위해 배추벌레를 잡아내는 것은 자연이 상생의 필요성과 어울림의 기쁨이라는 본능을 일깨우기 때문이리라.

우리 각자의 영혼은 그저 하나의 조각에 불과해서 다른 사람들의 영혼과 합쳐져서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바로 지금 내 영혼의 손을 내 밀 때이다. 그러면 내 마음의 텃밭에 씨앗이 튼실한 열매로 익어 나와 이웃을 향기롭게 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