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우리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통하여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물론 선진국의 조건 중 경제는 한 부분이지만,) "농업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라고 주장한다.

자동차, 반도체 같은 주력 수출품 시장의 확대를 위해 국내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고, 정부의 농업보호 의지도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는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한 단견임을 역사가 증명한다.

19세기 초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론을 발전시킨 사람은 영국의 경제학자 "리카도"인데, 당시 영국은 곡물수입을 금지하고 있던 곡물법의 철폐를 놓고 다년간 치열한 논쟁을 벌렸다.

논쟁 끝에 "모든 물건을 영국보다 싸게 생산하는 나라로부터 수입하고, 비싸게 생산하는 나라에 수출하면 서로 이익"이라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힘을 얻자 영국은 곡물법을 철폐하고 곡물수입을 허용하게 되었다.

그 후 영국은 공산품을 수출하고 식량을 수입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농업을 소홀히 한 결과 밀의 자급률이 19%로 떨어게 된 상황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 때 적국이었던 독일은 영국에서 식량이 가장 취약한 문제임을 간파하고 해상을 봉쇄했고, 영국국민은 식량부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농업투자를 확대해 1980년대에 와서야 만성적인 식량수입국에서 벗어나 수출국으로 탈바꿈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이 비교우위론은 지금까지도 힘을 발휘하고 있고,  이 무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아직도 세계경제의 중심에 있고 또한 농업의 최강 선진국인 미국은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버리고 무역자유화를 수용토록 전 방위적 노력을 기울리고 있으며, DDA(WTO 도하개발어젠다협상-우루과이라운드에 이어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출범한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으로 2005년 일괄타결을 목표로 했지만 농산물 수출입을 둘러싼 갈등과 공산품 시장 개방과 관련한 대립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협상 진행 중)협상도 그 배경은 무역자유화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의 총량이 아무리 크다 해도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보는 계층이나 산업에 대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공산품 수출확대를 위해 농산물시장도 개방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우리 농업인들에게 어떻게 든

자유무역을 통한 이익 중 일부를 분배하여 적절한 보상을 하여 줌이 마땅히 필요한 일일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쿠츠네츠 교수는 "후진국이 공업발전을 통해 중진국 까지는 도약할 수 있으나 농업발전 없이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갈파한 바 있다.

지구상에서 선진국으로 대접받는 나라 중에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는 나라는 일본 이외에는 거의 없다.

미국과 유럽연합 같은 주요 선진국들이 자국의 농민들에게는 막대한 농업보조금을 주고, 밖으로는 농산물 수출시장을 확대하려는 이유도 농업생산 기반의 유지가 국가발전의 근본이기 때문 아니겠는가?

농업의 선진화는 국가를 유지하고 지키는 바탕이요 선진국 진입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라 할 것이다.

우리 농업을 잘 지키고, 과학영농을 통해 선진농업으로 발전시켜 생존에 필수 불가결한 식량을 생산하는 국가 안보의 역할과, 홍수조절, 대기 및 수질 정화, 토양침식 방지, 기후순화 등의 환경을 지키고 보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우리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범 국민적인 의식의 확산과 농업부문에 대한 정부의 특단의 배려가 시급하고도 가장 소중한 일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