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이인수
서림조경 대표
7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청백리 맹사성. 요즈음 부정부패로 얼룩진 현사회와 관료들을 지켜보노라면 더욱 그분이 존경스럽다. 권력의 중심이었던 정승이란 자리에 있으면서도 청빈하다 못해 비가 새는 집에서 살며 고향에 다니러 갈 때도 남루한 차림에 소타고 갔었다니 참으로 존경스럽다.
가난을 조금도 부끄러워 하지 않고 부를 부러워 하지 않고 오히려 부끄러워 하는 선비정신으로 관리자의 길을 가니 황희 정승과 함께 세종조의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최고급 외제차에 제일 좋은 옷을 입고 고급 음식점에 들어가 가장 비싼 음식을 먹고 최고급 술집에서 한번에 몇백만원씩 써가며 술 마시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특권의식이 팽배한 요즈음의 세태와는 너무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돼서 청백리를 자랑으로 여기던 풍조가 과소비에 방탕한 생활을 당당하다 못해 자랑스럽게 여기고 부러워 하는 풍조로 변하게 됐는가?
물론 여기에는 현대사회가 급격한 산업화로 물질문명이 급속도로 발달되는 과정에서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졌다는 큰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보다도 더한 이유는 가치관의 대혼란 속에서 비롯된 도덕성 결여가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한다.
도덕이라 함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바른길과 행위를 뜻하고 수치심에서 그 기본이 나온다 할 수 있다. 부끄럽다는 것, 창피하다는 것, 겸연쩍다는 것, 체면이 안서고 양심에 거슬린다는 것, 이 모두 우리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더럽혀진 우리 마음을 정화시키고 항시 자극을 주는 청량제 같은 것이다.
그런데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중 상당수가 인간답기를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부끄러운 행동을 자랑으로 여기고 아예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가고 있으니 어리석기 그지없다. 최근 문제가 됐던 옷 로비사건은 물론이고, 한보사태, 기아·청구 등 대기업 부도사건, 신동아그룹 문제 등 대형 경제사건 뒤에는 항시 정태수리스트, 청구리스트, 최순영리스트 등 부정부패의 실상이 숨겨져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최고급 밍크코트를 입고 다니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 않고 부끄럽게 생각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근면하게 부족하지만 만족하면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주민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을 보람으로 느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면 뇌물수수 같은 부끄러운 짓을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IMF로 전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뛰는데 일부 부유층 자제들이 초호화 사치행각을 벌이고 다니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들은 과소비와 사치가 부끄러운 행동인지 모르고 자랑으로 알고 있다. 또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를 비롯한 사회 전반적인 시각이 그들을 홀대하고 질타하기 보다는 오히려 부러워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이 사회 모두가 과소비와 사치를 부끄럽게 여기고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인간다운 이성과 양심을 갖지 못한 사람들로 취급한다면 그런 사람들이 지금 같이 많을까? 한마디로 부끄러움을 알고 부끄러운 행동을 배척한다면 지금같이 특권의식을 갖고 부끄러운 행동을 보이는 이들이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옛날의 형벌 중에는 많은 사람들 앞에 창피하고 부끄럽게 만드는 벌이 많이 있었다. 이는 벌보다는 부끄럽게 만들어 수치심에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게 교화시키려는 제도로 우리도 언론을 통해 그런 실상이 자꾸 공개된다면 부끄러워서라도 절제할 것으로 본다.
사람이 부끄러움을 알면 가장 인간답게 살아갈 것이고 이 사회가 부끄러움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더없이 아름답고 살기좋게 되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