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사업시행자인 당진테크노폴리스(주)의 대주주인 한화그룹이 송악지구 개발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혀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송악지구 주민대책위원회와 당진군에 “정상적인 사업추진을 할 여건이 되지 않아 사업을 포기한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주민대책위원회에서는 “사업시행자 협약을 취소하고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것, 그렇지 않으면 황해경제자유구역 지구지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진테크노폴리스는 한화그룹과 당진군이 공동출자해 세워졌고 산업은행이 자본금을 대는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각각 자본금 부담률이 65%, 20%, 15%로 실질적인 사업자는 한화그룹인 셈이다. 당진테크노폴리스는 지난해 1월8일 황해경자자유구역 송악지구(송악면 일대 1302만9000㎡)의 개발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한화그룹은 2007년 11월 자본금 50억원을 들여 당진군 송악면에 660만㎡ 규모의 첨단복합도시를 만들기로 하고 ㈜당진테크노폴리스(한화 65%, 당진군 20%, 산업은행 15%의 지분)를 세워 2012년까지 1단계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송악지구는 1209만여㎡를 개발하는 계획으로 2019년(2단계), 2025년(3단계)까지 자동차부품단지를 비롯해 택지와 IT(정보통신)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예견된 수순, 책임론 대두

한화의 사업포기 결정은 사실상 지난해부터 예견되어왔던 일이었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나쁘게 돌아가고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올 때부터 이미 사업성이 불투명해진 것.

국내에는 2003년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지구, 청라지구, 영종지구)을 비롯해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신항만지역, 명지지역, 지사지역, 두동지역, 웅동지역),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광양지구, 율촌지구, 신덕지구, 화양지구, 하동지구)이 있으며 2008년 지정된 황해경제자유구역,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이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한 3곳의 경제자유구역은 지난 2008년 동시에 지정이 되었는데 구역 지정 당시부터 과도한 지정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의 유종준 사무국장은 “경제자유구역은 외자유치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외자유치는 희소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가장 오래된 인천의 경우 목표치의 20%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 많은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돼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지정을 검토하기 전부터 ‘당진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이 추진되었던 부지였다. 당진군과 한화그룹이 추진한 이 사업은 해당부지가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한화에게 사업권을 넘겨준 형태로 진행됐다.

주민대책위에서는 “한화그룹에 수의계약을 준 것이 문제였으며 과도한 1차 개발계획이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민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당진군이 추진한 공구상가조성 유치사업이 실패로 끝나고 토지공사를 끌어들여 물류유통단지를 조성한다고 개발 행위제한을 묶어놓았었다”며 “과도한 구역을 행위제한지역으로 묶어놓고는 이제와서 과도한 개발구역 때문에 사업이 지연된다고 하는 당진군이 진정 주민을 위한 행정을 벌이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사업 지연을 노린 거라면 용서 안한다”

한화의 사업포기 결정에 대해 주민들은 “사업 포기 결정이 한화의 사업 지연 전략이라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경제자유구역 해제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화측에서 “여건이 좋아지면 다시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고 있기 때문.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주민대책위원회 김진선 위원장은 “한화에서 사업을 포기한다고 해놓고 이후에 아무런 대책이나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사업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한화에서 사업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단계에서 실시설계비 등 2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자한 한화가 사업에서 손을 떼기도 어려울뿐더러 한화를 제외하면 마땅한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다. 1단계 조성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사업비를 마련하기 어려운데 1단계 일괄보상과 개발을 약속한 협약서까지 있는 마당에 한화가 1단계 개발구역을 축소하기 위해 ‘공’을 당진군과 충남도에 넘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악읍개발위원회 김정환 위원장은 “한화가 자신들을 제외하면 나설 사업자가 없는 것을 이용해 ‘벼랑끝 전술’을 벌인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지역주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민대책위원회, 강경 대응 입장

한화그룹의 사업 포기 결정 이전에도 ‘경제자유구역 지정 철회’를 요구해온 주민대책위원회에서는 주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경제자유구역을 당장 철회하라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대책위원회는 오는 13일(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의 면담을 갖고 오는 20일과 21일에 당진군청과 황해경제자유구역청 앞에서 집회를 갖겠다는 방침이다.

김진선 위원장은 “주민들의 건전하고 상식적인 문제제기를 행정권력으로 무시하고 밀어붙인 결과로 경제자유구역이 표류하게 됐다”며 “행정과 사업자를 믿은 주민들이 그동안 입은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이며 앞으로 더 입을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또한 “한화의 사업중단은 녹지면적 등 사업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착수한 것인데 이제와서 사업을 중단한다면 한화는 사업능력이 없고 신뢰도 없는 회사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한화와의 모든 협약을 폐기하고 담당책임자를 조사 징계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