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사업을 진행하지 못할 상황에서 사업을 포기하지 않아 주민들의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조정을 해야 할 황해경제자유구역청 역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말 당진군과 주민대책위원회에 사업포기를 통보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의지는 확실하나 정상적인 사업을 추진할 여건이 되지 않아 사업을 잠정적으로 포기한다”고 밝히면서 “당진군과 충남도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당진테크노폴리스 당진사무소 박찬호 기획부장은 “사업포기로 보면 안된다”며 “우리는 추진의지가 확실하나 말했듯이 언제든 여건이 된다면 사업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측의 입장은 사업을 포기할 수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없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어서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단계 개발구역이 과도하게 넓은 면적이 지정됐고 일괄보상을 약속한 협약서가 존재해 은행권 등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조성이 어렵기 때문에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기업의 이미지와 이미 투자한 금액 때문에 대외적으로 포기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화가 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면 시행일정은 무한정 길어지며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고 있는 주민들의 피해만 늘어나는 셈이다.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주민대책위원회의 김진선 위원장은 “한화가 사업을 포기하고 싶어도 기업의 이미지와 기투자한 사업비의 책임 때문에 대외적으로 사업 포기를 선언하지 않는 것 뿐”이라며 “한화는 이미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대내외에 알려졌고 그렇다면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해제하는 것이 가장 빠른 대안”이라고 말했다.
행정기관인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의 안일한 태도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주민대책위원회의 한 주민은 “한화가 사업을 포기할 때까지 구역청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 무엇인가”라며 “아무리 민간자본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고 하지만 행정기관이 중재와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지역민들의 입장에서 주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행정기관인데 기업의 눈치만 보고 있는 구역청이 존재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구역 지정 후 산업단지 지정 등
대안 찾아야
주민들과 전문가들 역시 구역 지정 해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은 대내외적 여건이 너무 좋지 않아 여건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린다면 주민들의 피해만 늘어날 뿐이라는 의견이다.
송악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는 모 대표는 “황해경제자유구역은 국내에 6개나 지정되어 있는 경제자유구역 덕분에 이미 그 메리트를 잃어버렸고 중국의 경제특구보다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주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해제를 하고 구역을 줄여서 산업단지를 지정하는 등의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목원대학교 디지털경제학부의 박경 교수는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대규모 단지를 개발할 때 기업은 공동주택단지를 진행하고 여기서 얻어진 수익을 바탕으로 산업단지를 개발하기 마련인데 국내의 아파트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어 분양가격 등을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화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본 결과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