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로 직접 쓴 간판이 눈에 띄었다. 당진축협 뒷골목 건물 2층에 자리한 인당서실을 보고 무심코 지나친 자리에 서실에 있었다니 관찰력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당서실을 운영하는 이만순 서예가는 50년간 글을 쓰고 당진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 30년이 넘어간다. 10년 전에는 서예학원을 함께 운영했으나 지금은 서예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서실을 찾아와 무료로 배울 수 있다. 이만순 서예가는 6.25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게 되면서 고향인 당진읍 우두리에 마련된 글방에서 논어와 맹자 등을 배우면서 서예를 하게 됐다.

“당시에 종이가 어딨어요. 분판이라고 해서 넓은 판에 콩풀을 먹여둔 데에 글씨를 쓰고 걸레로 지우면서 글을 배웠어요. 글을 배우다보니 제대로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이후 서울로 유학을 가서 대가들을 스승으로 모셨죠. 그리고 당진에 다시 내려와 제자들을 키우고 지금까지 인당서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인당은 내 호인데 세 번째 스승으로 모셨던 고 홍영기 선생님이 논어를 가르치실 적에 내가 마음씨가 착하다며 어질인에 집당자를 써서 붙여 주셨죠.”

옛말로 따지면 ‘선비’ 인생을 살아온 이만순 서예가는 늘 ‘좋은 글을 알아야 좋은 글씨를 쓸 수 있다’ 라는 신념으로 살아왔다고 했다.

“글을 아는 사람은 욕심이 없어야죠. 좋은 글을 알고 쓰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아야하는데 사람은 항상 욕심이 문제가 되죠. 물욕이라는 것을 얼마나 억제하고 제재하느냐와 불편함을 느끼려하기보다 편안함만을 강조하는 시대변천에 따라 선비정신을 계승하고 살았어도 선비라고는 말할 수 없죠.”

인당서실은 찾는 수강생들이 무료로 배우는 것이 미안함을 느껴 내는 회비로 운영된다. 수강생들이 가끔 선생님의 노고를 생각해 주는 수고비가 전부다.

“학생들이 술 한잔 하라고 주는 돈으로 술 한잔 하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산에 가요. 젊은 시절부터 주말이면 배낭 메고 전국 산을 다니며 체력관리를 했어요. 이제 5년뒤면 80세인데 내가 힘이 다할 때까지 사람들이 와서 좋은 글을 배워가고 가르치는 것이 내 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