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면 있는 대로 다 줘. 남는 게 없어도 배곯은 사람들에게 야박할 수야 있나. 요즘엔 품값은 고사하고 배추값도 안 떨어지지만 나 같은 사람 도와주는 셈치고 장사하는 겨.”

지난 3일, 맛있고 싼 칼국수집이란 소문을 듣고 정미면 천의시장 입구에 있는 풍미식당을 찾았다. 한참 손님이 몰린 점심시간, 밀가루반죽을 밀고 있던 김선정(66) 할머니는 바쁜 중에도 손에 묻은 밀가루를 툭툭 털고 선풍기 방향을 돌려주며 객을 맞는다.

땀으로 등이 젖는 줄도 모르고 새콤한 쉰 김치와 함께 한 사발 가득 날라 온 할머니의 손칼국수로 허기를 달랬다. 칼국수 값은 고작 2천원. 만원짜리 지폐가 부끄럽게도 할머니는 8천원을 거슬러준다.

할머니의 손칼국수는 그냥 칼국수가 아니다. 할머니의 20여년 경력이 묻어있는, 담백하고 구수한 국물에 할머니가 직접 반죽하고 썬 면발이 아름드리 들어있는 단돈 2천원의 소중한 칼국수다.

<2002년9월9일 434호 기사 발췌>

풍미식당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칼국수를 팔고 있지만 김선정 할머니는 계시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4년 전 할머니의 아들이 힘든 일 그만하시고 쉬시라며 모시고 갔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풍미식당은 영업중. 박병식 씨가 김선정 할머니로부터 가게를 인수받아 운영하고 있다. 2천원하던 칼국수는 5천원에 올랐지만 메뉴가 다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