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고3인 민영이(가명)는 진로가 막막하기만 하다. 여느 친구들처럼 대학에 가고 싶지만 마음 놓고 대학에 가서 공부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업을 하려고 해도 그 전에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학원비가 만만치 않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질문에 민영이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미용쪽 일을 배우고 싶은데 미용학원에 다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학원비가 비싸더라고요. 국비로 지원해주는 것도 있는데 그것도 자부담이 있대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19살 소녀가 꿈을 접어야 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니. 민영이는 세상에 내딛는 첫 발걸음부터 무겁기만 하다.
민영이는 5남매 중 셋째다. 민영이는 올해로 여든에 접어든 할머니와 큰 오빠(26) 그리고 동생 둘과 함께 살고 있다. 둘째 오빠는 군복무 중이다.
2년 전만 해도 민영이네는 행복했다.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부모님의 튼튼한 울타리 안에서 5남매는 우애 좋게 지냈다. 헌데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작스레 5남매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과수원에 일을 도와주러 갔다가 먹은 떡이 사단을 일으킨 것이다. 민영이 할머니는 그날을 회상하며 원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마음씨 착한 며느리의 갑작스런 죽음은 할머니에게 딸자식 잃은 아픔과 진배없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외지로 일을 나갔던 아버지와도 지난해부터 연락이 끊겼다.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다. 졸지에 민영이 큰 오빠가 가장 역할을 짊어졌다. 그나마도 몸이 좋지 않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할머니가 들판을 돌아다니며 캔 냉이를 시장에 내다팔아 번 돈으로 6식구가 겨울을 났다. 겨우내 추운 겨울 바람을 맞으며 냉이를 캔 탓에 할머니의 손은 거칠고 부어 있었다. 밤이면 손이 욱신욱신 거려 잠을 설치기도 한다. 다행이 근래에 큰 오빠가 철강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15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6식구 살림을 꾸리는 건 쉽지 않다.
“물이라도 데워야 세수라도 하고 학교에 갈 텐데 물 끓일 가스비 대는 것도 만만치가 않더라고. 애들 밥 먹는 것도 김치만 줄 수 없잖어... 계란후라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지난 겨울은 정말 어렵게 어렵게 났어...”(할머니)
도움이 필요한 건 생활비만이 아니다. 막내 민혁이(14)는 발달이 늦어 지능검사도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중3인 넷째와 민영이는 모두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맞춰야 하지만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5천원하는 렌즈를 끼고 있다고.
넉넉지 않은 형편과 갑작스런 변화들로 혼란스럽고 힘이 들 텐데도 아이들은 모두 밝은 표정이다. 하지만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민영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큰 오빠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로 민영이의 눈물을 처음 본다. 서로 힘들게 버티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평소에는 서로 앞에서 울거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속 깊은 마음이 애처롭다.
민영이네는 서류상 아버지가 생존해 있는데다가 큰 오빠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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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영이네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
: 생활비, 시력검사 및 안경, 막내 지능검사비용, 욕실 난방 시설, 집수리 등
: 후원 및 제보 355-5440 (담당 우현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