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 년 전 마을 일에 앞장섰던 부녀회장들이 모여 지역 봉사에 뜻을 모았다.
봉사회 창단의 불씨는 이미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쳐온 사실이 알려져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공로를 인정받고 있는 이영희 전 당진군새마을 부녀회장이 지폈다. 새마을운동으로 마을과 지역에서 봉사를 이어온 뒤 일선에서 물러난 이 회장은 봉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 후배 부녀회장들과 뜻을 모아 봉사회를 꾸린 것이다.
주부이자 어머니이기도 한 부녀회장들은 엄마 없이 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반찬과 김치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7~8명의 뜻 있는 부녀회장들이 모여 만든 봉사회는 10년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며 회원도 늘어 현재는 20명 남짓 활동하고 있다.
봉사회 회원들은 모임 이름을 작을소, 미소소를 붙여 소소봉사회라 지었다. 회원들의 작지만 소중한 마음이 모여 외로운 이웃들의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하고 있는 셈이다.
소소봉사회는 한 달에 한 번 모여 김치를 담고 밑반찬을 만들어 군내 곳곳에 살고 있는 부자가정에 전달하고 있다. 처음에는 부녀회장들로만 구성돼 있어 아침부터 나와 음식을 만들고 포장해 배달하는 일까지 모두 치르느라 늦은 밤까지 운전을 해야 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부녀회장들의 노고를 알게 된 몇몇 전직 새마을지도자 협의회장들이 힘을 보태 배달 일을 돕고 있다.
소소봉사회는 매달 김치와 반찬을 전달하는 봉사 외에도 설날에 떡국을 끓여 전달하거나 추석 때 아이들을 위한 옷을 사서 전달하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일일찻집이나 음식코너를 열어 얻은 수익금으로 봉사활동의 비용을 마련한다.
소소봉사회는 일시적으로 반찬과 김치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 봉사를 시작할 때 당진군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부자가정을 다시 이웃들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는 읍면·마을 부녀회장들이 심사해 꼭 필요한 가정을 추렸다. 김치와 반찬을 만들 엄마가 없더라도 집안에 건강한 조모가 있는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정형편이 어렵고 최소한의 반찬인 김치를 담가 먹기 어려운 가정을 엄선한 것이다. 그렇게 결정된 가정에 매달 한 번씩 반찬과 김치를 전달했다. 간혹 아이들이 자라서 반찬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거나 새 가정을 꾸리게 되는 등 사정이 변경될 때마다 다른 부자가정을 선정해 빈자리를 메워나가는 식으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농사를 짓는 회원들은 간혹 직접 가꾼 고추, 배추 같은 야채를 내 놓기도 한다. 몇몇 회원들 중에는 1년에 한 번씩 김치와 반찬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을 모두 내 놓아 회비의 부담을 덜기도 한다고.
회원들이 반찬과 김치를 전달하러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남경자 회장은 오랫동안 김치와 반찬을 전달해주고 있는 한 삼남매 가정의 사연을 소개했다.
남 회장이 다른 회원들과 함께 삼남매 집에 김치를 가져다주기 위해 삼남매 집을 찾았을 때 였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 엄마는 집을 나갔다고 해요. 아이들 아빠는 장애를 갖고 있어서 반찬과 김치를 제대로 해먹지 못하는 형편이었죠. 저희가 한 달에 한 번씩 반찬을 만들어 가면 그렇게 고마워 할 수가 없어요. 오히려 저희가 민망할 정도죠. 그런데 어느 날 아이 아빠가 반찬을 전해주고 가려는 우리를 잡더니 꼭 주고 싶은 게 있다고 하잖아요.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잔뜩 부푼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어요. 아이 아빠가 주머니에서 꺼낸 건 알밤들이었어요. 우리를 주려고 성치 않은 몸으로 풋밤을 주어서 주머니에 넣고 기다렸던 거예요. 어찌나 마음이 짠하고 고맙던 지요. 봉사를 다니다 보면 저희가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더 많아요.”
회원들은 아침부터 나와 정성스럽게 만든 반찬과 김치를 들고 찾아가면 늘 반겨주는 아이들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혹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엄마가 없어 낯선 이가 반찬을 만들어 준다는 것에 마음이 상해 차갑게 굴기도 한단다. 그럴 때면 아이들의 마음이 다칠까봐 경비실에 반찬을 맡기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남경자 회장은 “돈 몇 푼으로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회원들이 직접 아침부터 만든 반찬과 김치를 꾸준히 전달하는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며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반찬과 김치라도 전해줄 수 있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 회원명단
▲단장 남경자 ▲총무 이순희 ▲회원 손충희, 문순희, 김영태, 백경자, 이영희, 엄우정, 정은정, 편무웅, 육이창, 하헌덕, 강병년, 윤영희, 양기림, 김영숙
■ 회원들의 한마디
손충희 : 밑반찬을 배달해드리려고 가보면 미리 기다리고 있는 분도 계세요. 우리에게는 김치 한통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그분들에게는 소중한 것이구나 하고 느끼죠.
백경자 : 마침 김치가 떨어졌는데 왔다고 좋아하시면서 너무 고맙다고 할 때 힘은 들어도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서 보람있다고 느껴요.
이영희 : 새마을운동을 오래 하고 임기를 끝내면서 봉사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소소회를 만들게 됐어요. 새마을 전직 회장들이 모여 같이 봉사를 하자는 마음으로 만들게 됐죠.
엄우정 : 소소회는 새마을운동을 하며 봉사하던 분들이 모였기때문에 봉사가 몸에 베인 분들이 많아요. 받는 분들의 기쁨도 있겠지만 주는 기쁨도 참 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