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식 “우리의 삶을 닮은 도시를 만들어가야”

유종준 “당진군 환경정책 후퇴 우려”

안효권 “원도시주민 기득권 포기해야 발전 가능”

염태상 “도시환경 전문가 채용해야 할 시점”

편집자주

당진은 농촌지역에서 산업도시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뜻있는 주민들과 시민단체에서 난개발을 우려하는 가운데 도시 규모는 급속도로 팽창되고 있다. 더구나 2012년 시 승격을 앞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도시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고 좌담회를 통해 당진군의 도시계획에 대해 진단해보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도 정책제안을 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정리 : 최종길 편집국장  /  사진 : 임상현 기자

토론자 - 안효권 군의원, 안영식 인터건축사무소,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염태상 당진군 도시계획팀장

최종길 : 이철환 군수 취임 후 여성친화도시라는 용어가 나오고 한편으로는 기업의 개별입주를 완화하는 규제완화 정책으로 난개발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당진군의 도시계획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안영식 : 당진은 도시계획보다 지역계획 자체가 없다. 다시 말해 당진을 어떻게 개발해야겠다는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바다, 산업단지, 퍼존(숲), 관광지, 배후도시, 농지로 이어지는 지역계획이 없이 곳곳에 공단을 만들고 도로를 뚫고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어떤 도시인지 고민을 담아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종준 : 그동안 당진은 토지이용을 극대화하는 성장과 개발중심의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다보니 당진의 환경이 지탱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 2015년이 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국 1위에 올라서게 되었다. 앞으로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자연과 함께하는 도시로 철저히 관리되는 생태산업 단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철환 군수가 취임하면서 환경보전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면서 정책기조도 그에 맞게 바뀌었다. 하지만 최근에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그동안의 정책기조가 후퇴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안효권 : 당진군 도시계획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당진군이 도시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해 실패한 광양시의 전철을 밟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광양제철 직원들은 순천에서 출퇴근하고 있는데 당진도 당진~ 천안 간 고속도로, 당진~대전 간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동반성장하지 못하고 머슴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민선 군수들이 임기 동안 득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만 정책을 수립하다 보니 발생한 오세훈식 개발정책, 도시계획의 폐해로 볼 수 있다.

염태상 : 당진군 도시개발이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수용인구가 있어야 면적이 배분되고 그 범위 안에서 도로용지, 녹지가 확보되다 보니 사업을 시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산업단지 개발도 시장군수의 권한보다는 중앙정부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종길 : 이철환 군수조차 당진의 주요산업이 철강이지만 도시 이미지가 철강도시로 굳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한 아직도 농업이 주요산업 가운데 하나인데 당진군의 도시계획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안영식 : 뭘 원하는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면천읍성 복원사업을 보면서 도시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개발로 인해 지역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쫒겨나는 게 아니라 삶의 틀이 유지되면서 같이 어우러지는 개발을 해야 한다. 도시개발에 앞서 행정기관에서 전문기관에 용역을 주지만 지역사람을 따라올 수는 없다. 지역에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기술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유종준 : 도시계획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인구추계인데 현재 당진군 인구 추계로 보면 18만명이어야 맞다. 인구를 부풀려 도시계획을 하다 보니 고밀도 개발, 과잉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파트 개발인데 과잉 개발하다 보니 기형화된 도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당진이 지나치게 철강도시 위주로 진행되는 것도 문제다. 지속가능한 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과 농업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

안효권 : 수년 전 맑고푸른21에서 당진군민 의식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우리 예상과는 달리 대다수의 주민들이 교육, 문화 전원도시에 대한 욕구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보고서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부동산업자, 건설업자, 토목 측량에 종사하는 사람 위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당진군을 보면 일반행정직에서 도시계획을 세우는데 전문가를 영입하고 산업 다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염태상 : 예측되는 사업을 다 끌어들이다 보니 일부 인구추계가 부풀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도시개발을 하다보면 사업성, 토지주의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읍내지구의 경우를 보더라도 환지교환 방식으로 인해 감보율이 42%에 달해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최종길 : 도시가 개발되면서 원도심과 재래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당진군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소위 명품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먹자골목, 원룸촌에 대해서도 의견이 있으실 것 같은데 신도시와 원도심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안영식 : 도시환경은 자연환경과는 달리 사람들이 많이 찾고 오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디가서든 볼 수 있는 도시를 지양하고 당진에서만 볼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구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해 돈을 많이 들여 포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를 담아내야 한다. 예를 들면 간판 하나를 달더라도 글자 대신 그림으로 표현하여 특색있는 거리를 만들면 좋지 않겠나 싶다.

유종준 : 도시개발을 성장으로만 바라보고 실제로 필요한 도시개발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만 진행되다 보니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시장은 리모델링하고 신도시 개발은 최소한으로 가야 한다.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안효권 : 당진에서 명품거리 조성하는데 명품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지 의심스럽다. 졸부들이 비싼 가방을 사면 품격이 올라가는 것으로 착각하듯이 도시도 돈을 많이 투자하면 도시의 품격이 올라가는 것으로 오해 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원도심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로 경찰서와 당진군 청사가 빠져나가면서 유동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대전, 전주에 비해 당진은 절대 인구가 부족하고 인적 다양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원도심 활성화나 특화거리를 조성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 원도심이 활성화할 당시 행정도시수립계획에 저항했던 원도심 주민들도 기득권을 포기해야 발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염태상 : 현재 당진의 원룸촌은 2만 가구 이상이 살 수 있게 조성되어 있다. 구시가지는 특화도시로 개발할 예정이지만 산단개발이 마무리 되면 원룸촌은 슬럼화가 될 우려가 있다.

안효권 : 구도심은 유흥시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데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목이니 만큼 문화거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최종길 :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행정과 시민 간의 소통이 중요한 트렌드가 되고 있다. 행정주도형 보다는 당진군민이 당진의 도시개발과 정책에 대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안영식 : 이해관계 없는 각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이 이뤄질 수 있는 장소가 많이 필요하다. 자치단체가 주축이 되어 오늘 같은 토론 문화를 활성화 시켰으면 한다.

유종준 : 도시계획을 정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전문가를 불러다 토론회 한 번 하고 도시계획위원회 열고 주민은 공람하고 의견 내는 정도로 자신과 후손의 미래를 결정해버리는 악순환을 없애야 한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참여 폭을 넓히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행정에서 일방 추진하기 보다는 주민들의 제안이나 사업 공모방식을 통한 주민참여를 활성화 시켰으면 한다. 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안효권 : 10여 년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행정에 많은 제안을 했지만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아 군의원 출마 결심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공무원들에게 우월의식이 있어 공직사회 내에서 제안하고 기획하고 추진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이철환 군수도 많은 주민들을 만나고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데 반영은 미흡해 민원이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정집단 계층하고만 소통하지 말고 마음을 열고 모든 사람과 소통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필요하다.

염태상 : 공무원은 법 테두리 내에서 하려는 습관이 있다. 주민들이 자치단체 정책에 참여할 수 있으려면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종길 : 가로등을 설치하고 정자 하나를 세우는데도 문화적인 마인드가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와있지 않은 것 같다. 모범적인 도시개발 사례를 찾는다면?

안효권 : 당진은 정자를 보든 가로등을 보든 기성품 도시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방문했는데 주변 건물과 같은 건물은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건물주들이 경제성만 추구하다 보니 원룸단지가 생겨나고 건물 형태만을 갖춘 멋없는 도시가 생겨나고 있다. 중앙정부의 노력, 자치단체 자체의 조례, 건물주의 마인드가 어우러져야 한다. 건물 간판, 돌출 간판, 이곳저곳에 걸려있는 현수막 등을 재정비해 쾌적한 도시 환경 만들기에 다 같이 관심을 가질 때다.

안영식 : 적은 예산을 들이고도 전혀 다른 특색 있는 도시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면천을 개발하는데 있어 도로를 포장하고 추어탕, 콩국수집 다 쫒아내는 개발이 아니라 그곳만의 전통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하나씩 하나씩 사람들의 흥미를 느끼게 해야 한다. 면천이 더 좋아지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곳만의 문화적인 컨텐츠를 찾은 다음에 용역을 발주하는 게 순서다.

염태상 : 당진군에 도시경관팀이 생긴 것 자체가 고무적인 현상이다. 당진군에서도 전문가를 채용하여 도시경관, 도시환경에 보다 신경을 써야할 시점에 와 있다.

유종준 : 도시들이 저마다 특색이 있지만 환경도시, 생태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수년 전 독일의 에어크라트시를 방문했을 때 시청 옆의 비싼 땅을 도시공원으로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직도 인상에 남는다.

최종길 : 마지막으로 당진군의 바람직한 도시개발 방향에 대해 제언하면서 오늘 토론을 마무리하겠다.

유종준 : 도시개발에 있어 중요하게 참고할 것은 아파트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다. 휴먼빌 아파트가 남산보다 층수가 높아 남산이 가리게 되었다. 기지시도 구릉에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고 아래 지역에 시장이 위치했다. 언덕 위에 도시를 삼킬 듯한 고층 아파트, 학교를 포위한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이런 방식의 개발을 지양하고 경관을 살리는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도시계획의 기본은 도심지역을 자동차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편한,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안효권 : 당진군의 특징은 단체장들이 표를 의식하다 보니 센터도시, 회관도시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50억원을 들여 지어놓은 문화예술학교는 운영도 제대로 못하고 있고 각종 회관들의 유지 비용만 해도 막대한 예산이 들고 있다. 그런대도 읍면에 유사한 건물들을 짓고 있다.

안영식 : 당진의 문제는 대기업이 들어오다 보니 외부 환경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원주민을 쫒아내는 개발을 지양하고 우리의 삶을 담아내고 우리를 닮은 도시를 만들어 가자.

안효권 : 이 군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진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16개 시군 중에 교육예산이 최하위인 것에서 보듯 (새로운 100년을) 구호로만 준비할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 특히 임기 중 실적에 조바심을 갖지 말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 당진의 미래와 잠재성을 찾으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안영식 : 당진시민들 사이에선 명품도시가 아니라 짝퉁도시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지역 브랜드를 갖춘 도시를 찾아야 한다.

염태상 : 당진군에서는 살기 좋은 당진시를 건설하기 위해 2030 도시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첫째로 양질의 도시환경 조성을 위한 도시기능 강화로 서해선 전철 및 충남도청 이전에 따른 도시기능을 재정립, 중심도시 개발로 광역 도시권 구축, 원도심 활성화로 지역특색 고려한 개발 방향을 설정해 놓고 있다. 둘째로 광역 교통망 확충, 친환경적인 대중교통시스템 구축, 생활권별 도시기반시설 확보를 통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첨단산업 육성, 관광산업 활성화와 특화병원 육성을 통한 산업의 다양화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