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FTA) 협상 타결 후 4년4개월만인 지난달 22일, 수많은 농민들의 반대와 우려 속에 끝내 여당의 단독처리로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야 5당, 시민단체, 시민 1만여 명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한미 FTA 비준 무효· 비준안 철폐·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고 국내 곳곳에서 농민을 포함한 시민들의 촛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FTA 체결로 인해 농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진에서는 이미 두 달 전부터 한미FTA 반대 촛불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농업웅군’으로 불리는 당진의 농민들은 구체적인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들이닥친 ‘한미FTA 발효’에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미FTA가 당진농업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야별로 분석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연재기사를 9회에 걸쳐 보도한다.
한미FTA 축산분야 주요 골자
· 미국산 쇠고기 관세 40%
15년에 걸쳐 철폐
(15년 동안 매년 2.7%씩 감축,
15년 후 무관세)
· 15년간 세이프가드 발동
(발효 후 1년차 27만톤 이상 수입
초과분에 대해 세이프가드 발동.
27만톤에서 매년 6천톤씩 늘어
15년 후에는 35만4천톤의
쇠고기가 수입될 시 세이프가드
발동. 16년차 이후로 폐지)
· 15년 간 육우(관세 40%)와
식용설육(족·꼬리 등, 18%),
쇠고기 가공품(72%) 등
순차적 감축.
15년 후 관세 철폐.
단, 세이프가드 발동 없음
축산 농가 위기감 고조, 경영 위축
작년 겨울 전국 축산 농가를 강타한 구제역으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비보가 날아들었다.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최근 수년간 고공행진을 멈출 줄 모르는 사료값 폭등에 구제역 여파까지 휩쓸고 간 터라 현장에서 만난 축산인들의 위기감은 고조돼 있었다. 특히 사료값은 오른데 비해 소 값은 반값으로 떨어진 한우 농가의 한숨은 더욱 깊었다.
“이제 축산 농가는 다 끝났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니여? 사료값이 비싸서 가뜩이나 어려운 데다가 수입산 쇠고기에 관세까지 없어진다니... 당장 내년 들어서면 도산하는 축산농가가 줄을 이을 거요.”
정미면 봉생리에서 한우를 키우는 배병기 씨는 “차라리 소를 안 키우는 게 더 나을 지경”이라며 “수입산 쇠고기 개방도 모자라 대책도 없이 관세까지 철폐하는 FTA를 체결하면 어쩌자는 거냐”고 한숨과 원망을 털어 놓았다.
심인섭(순성면 광천리) 씨는 “싼 수입산이 들어오면 한우 농가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구제역 이후 소 값이 하락한 데다가 국내 한우 사육 두수가 많아 공급과 수요면에서도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주(합덕읍 석우리) 씨 역시, “소 값은 계속 내려가고 사료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소규모 농가들은 어떻게 손 쓸 방도도 없어 당혹스럽기까지하다”고 말했다.
농민들, 선협상 후대책 강력 비판
한우 농가들은 어떠한 대책도 없이 수입산 쇠고기 개방에 이어 관세를 철폐하는 한미FTA 체결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김충완 전국한우협회 대전충남지회장은 “송아지 가격이 100만원도 안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한미 FTA 국회 비준을 끝냈다”며 “공산품을 팔아 많은 국익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피해를 보는 분야에 대한 직간접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차선수 당진축협 조합장은 “정부는 한미FTA에 대한 어떠한 대안이나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15년은 금방 갈 것이고 관세가 철폐되면 값싼 수입산 쇠고기가 밀려 들어올 것인데 소규모 농가들이 우선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조금, 조사료 자급 등 대책 절실
한우 농가들의 말에 따르면 값이 반토막 나다시피 해 처분 하지 못한 암소가 농가마다 늘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송아지 숫자도 증가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당진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군내 한우농가는 2236호에서 2103호로 줄었지만 한우 사육 두수는 3만6961두에서 3만8330두로 늘어났다.
김충완 지회장은 “국내 적정 사육두수는 230만두인데 현재 300만두가 넘어섰다”며 “적정두수까지 끌어내리려면 암소 처분이 필요한데 암소 가격이 워낙 떨어져 그것마저 쉽지 않은 상황인만큼 정부에서 도태 장려금을 지원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에서는 축산 농가의 가장 큰 걸림돌인 사료값 안정 정책과 함께 소 값은 떨어진데 비해 소비자가격은 그대로 인 유통구조의 개선책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섭(정미면 수당리) 씨도 “사료값이 비싼 데다가 국내 조사료 자급율이 얼마 되지 않아 비싼 수입산을 써야 해서 생산비도 못 건지고 있다”며 “싼 수입산 쇠고기에 경쟁력을 갖추려면 사료값을 내리는 방안부터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2009년 지원된 특별 사료 구매자금 상환이 내년 3월부터 시작돼 한우농가들의 걱정잉 커지고 있다. 소 값은 계속 떨어져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 보조금 상환일이 코 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배병기 씨는 “내년 3월이면 보조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무슨 돈으로 갚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우 농가들은 현 상황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표현했다. 사료값은 오르고 소값은 내려가고, 사육두수는 적정선을 웃돈 지 오래고, 한미FTA 발효를 앞두고 한우 농가의 위축세는 심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