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2시 무렵, 당진군청 앞 광장에 커다란 덩치의 농기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하나둘 모습을 나타냈다. 곧 당진군청 앞 광장은 농기계들로 가득 메워졌다.
전국한우협회 당진군지부(지부장 유병윤)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당진군농민회(회장 이희조) 회원들은 농토에서 논밭을 갈고 곡식을 수확해야 할 농기계를 가지고 당진군청을 찾았다. 한미FTA 국회 비준에 따른 후속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시킨 한미FTA 비준안이 발효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당진군 내년 예산안에는 FTA 대책 관련 예산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미FTA 통과 후 당진군은 유관기관 단체장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에 농축산인은 당진군의 안일한 대응을 성토하며 집회를 개최했다.
농민 단체 측이 군에 전달한 서류에는 ▲당진군수의 한미FTA 비준 무효화 선언 ▲축산장비 지원 확대 ▲생산자직판장 설립 예산 지원 ▲농업예산 20% 이상 증액 ▲선심성예산 200억 한미FTA 특별예산으로 전환 ▲밭 직불금 전면적 시행 ▲쌀값 최소 생산비 보장 등의 요구사항이 적혀 있었다.
이철환 군수는 “농업은 워낙 많은 품목이 있어 일일이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당진군이 경쟁력 있는 우수한 품목 중심으로 필요한 사항을 요구하면 행정에서 적극 반영해 수정예산을 수립해서라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군수와의 면담을 마친 농축산인들은 다시 농기계에 몸을 실었다. 농민들이 발길을 옮긴 곳은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다. 군청에서 출발한 농기계들은 터미널과 원당초 앞을 지나 농어촌공사에 도착했다. 줄줄이 이어진 농기계 행렬은 농어촌공사 뒤편 주차장과 건물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농민들이 농어촌공사를 찾은 이유는 석문간척지 때문이다. 지난 봄 갑작스러운 정부 정책에 따라 석문간척지 타 작물 재배를 우선시하는 계약을 맺었다. 벼 농사를 준비하던 농민들은 아무런 대비도 못한 상태였다. 작물을 제대로 수확하지 못한 농민들은 종자값, 비료값, 인건비 등에서 피해를 입었다. 일부 영농조합은 타 작물 재배가 여의치 않자 계약을 어기고 벼를 심었다. 이에 농어촌공사 측이 계약사항 위반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전달하며 갈등이 심화됐다.
농어촌공사 앞에 집결한 농민들은 또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사이 농민회 임원들은 김대원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장을 면담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농민회 측은 ▲석문간척지 계약해지 협박 철회 ▲석문간척지 임대 농가 기간별 계약 이행사항 점검내역 공개 ▲석문간척지 임대계약 위반사항 공개 ▲영농회사별 임대계약 위반 조치사항 공개 ▲석문간척지 기간별 임대 경작 현황에 대한 농식품부 보고 내용 공개 ▲석문간척지 기간별 임대경작 현황 보고에 따른 농식품부 조치 내용 공개 ▲석문간척지 계약관리 주체에 대한 답변 등의 요구사항을 담은 서류를 전달했다.
또한 농민회 측은 석문간척지 벼 농사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벼 농사를 위한 농기계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며 농어촌공사 주차장에 농기계를 주차하고 농기계 키를 모아 전달했다.
미니인터뷰 | 이희조 당진군농민회장 “지자체 대책안 마련해야”
이희조 전국농민회총연맹 당진군농민회장은 “한미FTA 국회 비준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지자체 차원의 대책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FTA 발효 후 값싼 미국산 농·축산물의 물량 공세가 시작되면 농민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희조 농민회장은 “전체 농업 예산을 증액해 피해 손실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피해신고센터 운영 등 농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니인터뷰 | 유병윤 전국한우협회 당진군지부장 “대책 없으면 축산 농가 몰락”
유병윤 전국한우협회 당진군지부장은 인터뷰 내내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유병윤 지부장은 “요즘 한우 농가들은 사료값 인상 등으로 생산비는 증가하는데 반해 소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힘들여 소를 키워도 손해보고 팔아야 할 형편”이라며 “암소 도축에 따른 보조금 지급 등으로 암소 두수를 적정 수준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석문간척지에서 수확한 조사료를 통해 축협과 낙협 TMR공장에서 만들어진 사료가 충남과 경기 일원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지역 농가들에 우선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