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한두 번쯤 적지 않게 당황스런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특히 아이들의 대화 과정을 듣다보면 더욱 그렇다. 몇 년 전 자신들의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던 아이들의 대화는 두고두고 곱씹게 된다. 당시 광우병 수입쇠고기 논란으로 인해 촉발됐던 촛불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가족들이 꽤 있었다. 우리 가족 역시 아이들의 먹을거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었기에 비록 어린 아이들이었지만 함께 참석하는 날이 많았다.
문제는 거의 매일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아이들에게도 당시 상황이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식당이나 고기를 살 때마다 원산지 표시를 꼼꼼히 살피게 된 부모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들까지도 민감하게 반응했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의 장래희망을 바꾸는데까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7살과 5살이던 첫째와 둘째는 장래희망을 얘기하며 서로 자신의 꿈이 더 좋다고 우겨댔다. 첫째는 극지탐험가가 되겠다며 자랑했다. 형의 꿈이 멋있다고 생각했던지 둘째는 자신도 탐험가가 되겠다며 형이 다른 걸 하라고 우겼다. 한참을 옥신각신하던 두 녀석은 결국 형의 한마디에 둘째가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는 상황으로 정리됐다. 큰 놈은 “내가 먼저 탐험가가 되겠다고 했으니까 넌 대통령 하면 되잖아”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둘째는 형이 자신에게 ‘대통령’이 되라고 했다며 대성통곡을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 대통령 시켜놓고 물러나라, 물러나라 할거잖아. 나 대통령 하기 싫어”. 1년 뒤 두 아들 녀석의 꿈 이야기는 또 이어진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역시 둘째가 던진 말 한마디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 1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둘째는 “대통령이 되면 물러나라, 물러나라 하지 않으면 바위에서 떨어져 죽어야 하잖아”라며 대통령은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이들의 철없는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당시 이 말을 들은 우리 부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어릴 때만 해도 대통령이라는 꿈은 사실 호기 있게, 아니면 나름 약간의 용기를 내야 했던 큰 꿈이었고, 자랑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30여 년이 지난 후 두 아이가 꾸는 미래의 꿈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해서는 안 될 금기어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대통령의 모습이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자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이런 현실을 만들어버린 정치인들이,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마저 왜곡해서 바라보게 만드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4.11 총선을 치르게 된다. 저마다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몇 년 전 아이들의 꿈 이야기가 떠오른다. 지금 당장 눈앞의 권력과 당선만을 위해 내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정치현실이지만 결국 이번 총선을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들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다. 앞으로 4년간, 아니 우리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좀 더 신중히 이번 총선에 출마한 정당의 정책과 후보자를 살피게 된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번 총선에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해 줄 정치인이 당선되도록 한 표를 던질 생각이다. 4.11 총선을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이 사회를 잘 보존하고, 함께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만들 수 있도록 투표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