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현장 폭력용역 청문회에서는 최근 잇따른 용역폭력 사태를 두고 사측과 노동부의 사태 조장 의혹과 경찰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청문회에서 밝혀진 용역폭력 사례는 실로 충격적이다. 창조컨설팅이라는 이름의 노무법인이 노사분규로 홍역을 앓은 유성기업과 SJM, 발레오전장을 비롯한 168개 기업과 자문 계약을 맺고 노조 무력화에 앞장섰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한 SJM 노조원 폭행에 사용된 각진 쇠파이프가 공개됐고 임산부까지 있는 여성 기숙사에 남자용역 수백명을 투입해 노조원을 끌고 나온 사실도 밝혀졌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용역직원들이 노조원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할 때 아무런 조치도 없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관했다고 한다. 언뜻 보면 그 동안 노조 농서장이나 재개발현장, 환경민원현장 등에서 흔히 보아왔던 광경이 또 다시 되풀이됐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용역폭력은 과거와 달리 기업화, 첨단화됐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에스제이엠(SJM)에 투입된 ‘컨택터스’라는 용역경비업체는 최신 헬멧과 진압방패, 진압봉 등 개인장비는 물론 물대포차와 항공채증을 위한 무인헬기까지 갖췄다. 이 정도면 가히 사설 무장경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헬멧과 진압방패로 무장한 용역들을 보고 같은 경찰인줄 알고 돌아갔다고 핑계를 댔을까? 파업이 벌어질 때마다 동네 건달이나 조직폭력배를 급하게 조직해 용역으로 썼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합법적 기업의 외형을 지닌 전문업체가 폭력을 동원한 노조파괴를 전담하게 됐다. 쉽게 말해 조직폭력의 합법적 기업화다. 이번 사건은 국가가 독점했던 합법적 폭력(공권력)을 이제 민간도 돈만 내면 얼마든지 보유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폭력의 사기업화’, ‘공권력의 외주화'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국가가 시장의 좌판에 폭력을 떨이로 내놓은 셈이다.

국가의 탄생이 구성원들이 위임한 폭력의 독점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용역 폭력사태와 이를 대하는 공권력의 태도는 국가의 역할과 공화국의 정체성에 대한 전면적 자기부정이다. 특히 우리 당진시를 비롯한 충남지역은 용역폭력의 온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비용역업체에 의한 폭력이 난무해왔다.

당장 지난 6월19일 중외제약 당진공장 정문에서 화학섬유노조 JW지회가 임시사무실로 사용하는 천막에 용역들이 침범해 기물을 파손하고 노조원을 위협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당시 현장을 비추던 CCTV 영상을 경찰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상대로(?) 아직까지 범인을 못 잡는 것인지, 안 잡는 것인지 영 소식이 없다.

국회 청문회에서는 노동현장의 폭력사태를 고발했지만 용역폭력은 비단 노조의 파업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0년 당진의 동부화력 공유수면 매립 사전환경성검토 주민설명회와 2011년 예산의 주물공단 주민설명회에서도 사업자 측에 의해 고용된 용역직원들이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2009년에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주민공청회에서 ‘당진식구파’라는 이름의 신흥 지역 폭력조직이 개입한 용역폭력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거대자본에 의해 고용된 경비용역업체가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동안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0년 동부화력 주민설명회에 동원된 용역직원들은 주민들의 농성천막을 부수는 등 폭력을 행사했지만 경찰은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사건 당시 부근에 정보과 형사가 근무하고 있었고 폭력행위 직후 찍은 동영상과 사진도 있었지만 담당경찰은 2년이 넘도록 고발인에게 전화 한통 없었다. 가진 자들에 의한 사적 폭력이 지금처럼 난무하고 공권력이 이들을 비호하느라 사건 해결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사회는 공화국이 아닌 과두제의 암흑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용역폭력의 실상이 일부라도 드러난 지금, 다시는 우리 지역에서 용역폭력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역 정치권과 자치단체, 경찰의 대책마련과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