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 이후 거의 일주일 간 당진시가 뜻하지 않게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좋은 일은 아닌 환경적 이슈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 접하던 석탄화력발전소나 송전선로가 아닌 ‘라돈’이라는 방사선 물질로 인한 관심이었다.
라돈 검출로 문제가 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가 당진의 동부부두로 반입된 시점은 6월16일부터다. 그러나 동부부두의 인근 지역주민들은 사전에 아무런 협의나 통지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뒤늦게 소식을 전해들은 지역주민들은 분노했다.
방사능이나 침대 제조업체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당진지역에, 더욱이 아무런 말도 없이 군사작전하듯 밀고 들어오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급기야 고령의 어르신들이 무더위에도 생업을 뒤로 한 채 동부부두 진입로에 농성장을 차리고 부두로 진입하는 차량을 막아선 후에야 매트리스 반입은 중단됐다. 그 사이에 전국에서 수거된 침대 매트리스 1만6900개에 달했다.
문제가 된 침대 매트리스는 겉 커버 안에 있는 속 커버 원단 안쪽에 음이온파우더가 도포된 것으로, 이 파우더의 원료가 천연방사성핵종인 토륨이 높게 함유된 모나자이트인 것으로 확인됐다. 희토류 광물인 모나자이트는 방사성물질인 토륨(Th-232)과 우라늄(U238)을 함유하고 있어 일반 광물에 비해 훨씬 높은 방사능 농도를 가지고 있다.
이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암을 유발하는 라돈과 토론 등이 방출된다. 라돈은 1급 발암물질이며 세계보건기구에서 폐암 발병의 주요 이유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고농도 라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폐암에 걸릴 수 있다. 특히 어릴수록 라돈에 노출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지질상 화강암지대가 많고 충청지역 등 지층에 따라 우라늄 등의 함량이 높은 지역도 많아 자연의 라돈 방출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로 인한 피해도 상당한 상황에서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언론기사를 접한 국민들의 라돈에 대한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 수거가 늦어지면서 일단 실내에서 빼내기 위해 밖에 내놓기만 해도 주변 주민들의 항의가 쏟아지는 지경이다.
이처럼 라돈 침대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은 상태에서 주민들에게 아무런 사전 협의도, 자치단체에도 어떠한 협조요청도 없는 매트리스 반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당진시가 처음으로 라돈 침대 반입사실을 알게 된 것도 대진침대와 야적장 사용계약을 체결한 항만운영사에서 매트리스 해체를 담당한 작업인력이 사용할 식당을 알아보기 위해 당진항지원센터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들어서라고 한다.
정부는 문제가 된 라돈 침대에 대한 무한책임이 있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은 침대에 모나자이트와 같은 방사선물질을 도포해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기능에 대한 특허를 내줬고 한국표준협회는 KS마크를 인증했다. 환경부는 해당 제품을 친환경생활가구로 인증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가공제품의 방사선물질 위험을 관리하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위와 같은 정부의 인증과 관리를 믿고 해당제품을 사용했다가 피해를 보게 됐다.
이처럼 라돈이 함유된 가구가 유통되는데 커다란 책임이 있는 정부가 이번에는 라돈침대를 수거해 야적하는 과정에서 인근지역 주민과 자치단체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주민의 반발을 초래했다. 이는 시대적 정신인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훼손한 중앙집권적, 비민주적, 구시대적 적폐다.
정부는 이 같은 거듭된 잘못에 대해 다시 한 번 당진시민과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법 개정을 통해 생활 속 제품에 방사성물질이 함유된 물질의 원천적인 사용금지가 필요하다. 불가피한 사용일 경우에도 이력추적이나 해당물질 표시제를 도입하고, 방사능 피폭 위험조사를 통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다. 문제해결의 출발은 정확한 원인 진단과 주민의 목소리에 대한 경청, 또 다른 피해발생을 최소화하는 조치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시민안전을 챙겨줄 것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