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4.11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한국사회는 올 한 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정치로 시작해 정치로 마무리하게 된다. 그동안 정치 혐오주의라 할 만큼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싸늘하다 못해 아예 관심을 접는 이들도 많았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듯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나락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이 같은 국민들의 생각은 다시 한 번 더 확고해 지는 것 같다.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또 다시 터져 나오고, 측근 비리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이나, 개혁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과 함께 출범한 민주통합당의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누구를 위한 공천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사회에서 정치개혁은 더 이상 불가능한 것 아닌가라는 자괴감마저 든다.

그러나 최근 국민들의 모습을 보면 정치에 대해 과거와는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현실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의 감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를 외면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지난해 10월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는 달라진 시민들의 의식을 대변한다.

사실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 박원순 후보를 당선시킨 지난 서울시장 선거는 결과가 중요하긴 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지난 몇 년간 보여준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더욱 빛을 발한 선거였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과거 선거와는 달리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이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나서야 한다는 걸 몸소 보여준 선거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투표 인증샷을 공유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달라진 행동을 보여줬다. 또 한 가지 시민들은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이를 즐기고 있다. 단순히 행동을 넘어 즐기고, 참여하고, 행동하는 유쾌한 축제를 벌였다.

국민들이 이 같은 행동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극한의 대립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의사표현을 문화의 장으로 승화시켰다. 지난해 경험한 ‘나꼼수’ 열풍 역시 김어준, 정봉주, 김용민, 주진우라는 걸출한 입담을 지닌 주연들이 있긴 했지만 이를 하나의 문화이자 축제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시민들의 힘이었다. 그 배경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이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권력의 힘이 없어도 자신이 가진 정보와 재능, 돈을 나누며 가진자들의 권력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이 시대의 화두 참여와 소통을 통해 정치개혁의 작은 물결이 거대한 파고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 한 달여 후면 앞으로 4년간 나라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주민의 대표자를 뽑게 된다. 매번 선거 때마다 정치개혁 요구가 높았지만 선거만 끝나면 되돌아온 건 분노와 절망뿐이었다. 그러나 다가올 4.11 총선은 이전과는 다른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과거처럼 정치권에 분노한 시민들이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가 아닌 가족과 친구, SNS상의 수많은 지인들과 함께 지난 4년을 준비한 진정한 축제의 장을 만들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이 비로소 이번 총선에서 확인될 것이다.

“준비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