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읍면 현안, 현장을 가다’ 기획을 마련했다. 매주 읍면 현장을 찾아 주요 현안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지난 4월4일 대호지 창의사 앞에서 4.4 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는 추모식이 열렸다. 같은 날 정미 천의장터 인근 행사장에서도 4.4 독립만세운동을 맞아 기념식이 열렸다. 1시간 간격을 두고 벌어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초대된 내빈들은 급하게 자리를 옮겨야 했다.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도 장소를 이동해 따로 치러지는 행사를 두 번씩 참여해야 했다. 둘로 나눠진 기념사업회에서는 ‘따로’가 아닌 ‘연계’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지난 5년간 두 번 치러진 행사는 대호지·정미 두 면의 양보 없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당진시 적극 나서 중재해야”

행사가 따로 치러지게 된 것은 5년전인 2008년부터다. ‘대호지 4.4 독립만세운동’에 참가해 왔던 정미면 주민들이 격전이 벌어졌던 천의장터가 소외되고 있다며 명칭에 ‘천의장터’를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호지에서는 발원하고 주도한 곳이 대호지 임이 역사적 사실로 분명히 드러난 것이라며 명칭 변경을 거부했다. 이에 정미면에서는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천의장터 4.4 독립만세운동 기념사업회’를 따로 발족하고 별도의 행사를 치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행사를 주최했던 당진JC에서 행사를 일원화하기 위해 중재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자 결국 손을 떼게 됐다. 결국 대호지·정미면에서 각각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5년째 행사를 치러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논란이 됐을 때 당진시가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나서지 않고 방관하고 있었다고지적했다. 직접 이해관계에 있는 집행부에서는 주민들의 대표성을 띄는 만큼 양보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해 제3자 입장에 있는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역할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한 인사는 “당진시에서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나서야 했는데 주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며 “보조금 지급 등 예산권을 가진 행정에서 나서 주민들의 의견을 조율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자체장이 선출직인 만큼 득표 관리를 위해 주민들의 눈치만 보며 방관하다 결국 두 곳으로 나눠지게 됐다”며 “4.4 독립만세운동은 당진시를 대표하는 행사인 만큼 당진시가 행사를 주관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만세운동 이후 면민의날 행사(?)

정미면은 3년 전부터 독립만세운동 행사가 끝난 이후 오후부터 정미면민의날 행사를 진행해 왔다. 독립만세운동을 위해 많은 면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 날을 활용해 면민들을 위한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추모제를 지낸 이후에 노래자랑 등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우리네 정서상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다.

김성진 유족회장은 “선열을 추모하고 애국정신을 이어받아야 할 상황에 면민의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면민의날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면 다른 날을 따로 정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역화 사업 이전 통합 선행돼야

4.4 독립만세운동은 송봉운, 이달준, 김도일 등 3명이 애국장을 추서받은 것을 비롯해 애족장 37명, 대통령 표창 80명 등 총 120명이 서훈을 받아 유공자로 지정됐다. 이는 충남에서 일어난 독립만세운동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마련해 놓은 창의사 건물이 초라해 성역화 사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또한 정미면에서도 천의장터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며 장터거리 복원을 원하고 있다.

최규범 대호지 4.4 독립만세운동 기념사업회장은 “만세운동 관련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고 영상자료 등 볼거리를 마련해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의 창의사는 독립만세운동의 역사적 의미에 비해 너무 초라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원석 정미면개발위원장도 “천의삼거리 기념탑 주변을 성역화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 의식을 심어주는 행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호지와 정미 주민들 모두 독립만세운동의 뜻을 기리고 성역화 사업을 통해 더욱 내실있는 행사로 거듭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을 지원하기에 앞서 두 면의 화합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인사는 “4.4 독립만세운동의 뜻을 더욱 높이 세우기 위해서는 대호지와 정미를 나누지 않고 두 면을 묶어 하나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조금씩 양보하면 행사가 더욱 전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