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항곡리(項谷里)는 여섯 봉우리의 산이 둘러있고 안골·황골·숫골·오리골·범난골 등 열두 골에서 흐르는 골짜기의 물이 모여 저수지를 이루고, 넓게 확트인 채운벌판을 내려다보고 있는 곳이다.
항(項) 자가 인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목, 목덜미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천의갯고랑을 넘어가는 목덜미의 골짜기였기에 항곡(項谷)이라 썼을 것으로 본다.
또한 벼 화(禾)자 화곡(禾谷)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골짜기에서 곡식이 많이 나는 것이 아니라 산등성이에 억새풀이 많아서 ‘禾谷’이라 했을 것으로 풀이해 본다.
지금으로부터 230년 전(1780년) 「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지원은 청태종 칠순잔치 축하 사절단에 따라가게 되는데, 압록강을 건너고 열나흘만에 우물안 개구리처럼 꽉막힌 좁은 땅덩이 조선땅에서 으스대는 사대부와 양반과 상놈을 편가르는 굴곡진 세상 삶을 살다가, 사방에 한 점 산도 없고 하늘끝과 땅끝이 맞닿은 듯한 무한한 벌판, 1,200리길 요동벌판을 바라다보고 ‘아 훌륭한 울음터로다. 크게 한 번 통곡할 만한 곳이로구나!’ 하고 감탄을 한다. 그리고는 어린아기의 울음에 비유한다.
갓난아기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에는 어둡고 좁은 구석에서 갑갑하게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탁 트이고 훤한 곳으로 나와서 손도 펴보고 발도 뻗어보니 얼마나 시원했겠는가?
그래서 놀라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은 이땅에 태어난 것을 기쁘다 할 것이고, 부정적인 사람은 두렵다 할 것이요, 소극적인 사람은 놀랍다고 할 것이다. --- 이땅에 태어난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특성, 주특기를 가지고 태어나 이땅을 새롭고 즐겁게 하는 소명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하여 자기에게 주어진 특기, 특성을 일찍 발견하여 개발한 사람은 세상에서 출세하고 성공해서 즐거운 삶을 살 것이다.
이제라도 뒤늦게나마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고 자신이 살아가는 길이 참되다면 쟁기를 잡고 뒤돌아 보는 우(愚)를 법하지 말고 오로지 한길, 한 우물을 파듯이 뚜벅뚜벅 긍정적인 사고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겨하며 지내야 되지 않을까?
옛 고전에서도 ‘사나이 장부(丈夫)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공자는, 도(道)가 행해지지 않음을 한탄하시어 천박한 구이(九夷)의 땅에 가서 살고자 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말하길, ‘거기는 누추할 텐데 어찌 지내시려 하십니까?’ 하자 ‘군자가 자리잡고 살면 어찌 누추함이 있겠는가?’하였다.
곧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중화(中華)일지라도 사회 정의와 질서가 혼란과 무질서하면 더 이상 중화가 아니고, 비록 변방의 미개한 구이땅이라도 잘 다스려 가르치고 교화하여 바꾸면 훌륭한 환경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子欲居九夷러시니 或曰, 陋커늘 如之何니까?
자욕거구이 혹왈 루 여지하
子曰, 君子居之면 何陋之有리오?
자왈 군자거지 하루지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