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쪽에 있는 마을, 서동
“중동은 버그네장이 중심에 있었으니까 번화했었지. 사람도 숱하게 다니고.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지 않으면 사람 찾아 만나기도 어려울 정도였어. 사람들로 버걱버걱 거린다고 버그네장 아닌감. 반면에 서동은 그렇지 않았지. 장터가 인접해 있긴 했지만 살기가 어려웠어. 논과 밭이 전부였고.”
“지금은 상황이 좀 바뀌었지. 합덕읍이 쇠퇴하면서 합덕장에 사람들이 예전만큼 오지 않잖아. 지금은 합덕읍사무소랑 우체국이 모두 서동에 있는데다가 근래 들어 서동에 새로 지은 빌라와 원룸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어. 운산리에서 따지자면 서동이 신도심인 셈이지.”
“얼마 전에 읍사무소를 다시 예전 자리로 옮기겠다고 해서 동네가 시끄러웠지.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읍사무소를 지금의 자리로 옮겼는데 또 다시 원래 자리로 이전을 하자고 하니 말이 많았지. 우리 동네에서는 반대였어~.”
번화한 도심에 가까운 마을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경제가 침체되어 있기 마련이다. 서동노인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의 설명에 따르면 중동에 자리한 합덕시장이 활성화되었던 시절에는 상대적으로 서동의 경제가 침체되었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두 옆 동네인 중동으로 몰렸을 테니 그럴 만도 하다.
신축 빌라, 원룸 들어섰지만 경제 침체는 여전
“중동이 예전 명성을 잃으면서 상대적으로 새로운 건물이 많이 들어선 서동이 신도심처럼 됐지만, 사실 서동도 경제가 활발하거나 먹고 살기 좋아졌다고 할 수는 없어.”
“합덕이 경제 개발에서 소외되었으니 서동도 마찬가지지. 신축 원룸과 빌라가 많이 들어서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진 않았어. 논과 밭도 많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경제가 좋지는 않아.”
서동노인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은 경제가 침체되어 있는 합덕의 현실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 여파가 서동에도 미치고 있다며 개발이 활발한 당진의 북부지역과 비교해 가며 옛날 합덕의 명성을 회상했다.
당진에서 두 번째로 회원이 많은 서동노인회
“서동노인회는 당진에서 원당리 다음으로 회원이 많은 노인회야. 단합도 잘 되어서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월례회에도 대부분의 회원이 참석하지.”
월례회에서는 농업과 관련된 기술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회원들 집안의 경사부터 회원 중 누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소한 소식까지 나눈다.
“요즘은 농번기라 밭에 나가서 일하느라 회원들이 많지 않지만 농한기에는 많은 회원들이 노인회관에 모여 하루를 보내요. 이야기도 나누고 윷놀이도 하면서.”
“애로사항이 하나 있다면 농한기에 노인회관에 유류비가 넉넉지 않아 난방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거여.”
서동노인회에는 현재 105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다.
[편집자주]
농한기에 접어들면서 시작한 ‘경로당을 가다’가 농번기로 넘어오면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70, 80대 어르신들도 평생 업으로 삼았던 농사에서 손을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촌에 젊은이가 많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여전히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른 아침 일찌감치 논과 밭을 둘러보고 햇볕이 강렬해지는 한 낮에는 경로당에 모여 한 숨을 돌리고 농사에 대한 정보도 나눈다. 어르신들이 한데 모인 경로당을 찾아 마을마다 전해져 오는 전설부터 수십 년 전 마을의 옛 모습과 생활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옛날을 기억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계신 지금 듣고, 기록해 놓지 않으면 작지만 소중한 마을의 역사가 그대로 묻힐 것이라는 우려가 ‘기억으로 쓰는 마을의 구술사’ 신년기획 ‘경로당을 가다’를 시작하게 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