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 배운 설움에 울기도 많이 울었지요. 당시엔 학교에 가지 못하는 딸들이 많았어요. 아들만 가르쳤던 고지식한 엄마를 원망하며 보낸 세월이 참 기네요. 그런데 지금은 엄마에게 감사해요. 늘그막에 공부하면서 다시 꿈을 갖게 됐거든요.”
권신숙 씨(72)는 해나루 시민학교 1회 졸업생이다. 지난 5일 열린 졸업식에서 일흔 두 살의 나이로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어렸을 때 배우지 못한 한이 남아서 일까. 마음속에 항상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자리를 찾아다니다 우연히 해나루 시민학교에 대한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
작년 8월에 문을 연 해나루 시민학교에는 그렇게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이 어느새 80명이다.
대부분은 어린 시절 공부의 때를 놓친 만학도다.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살아온 어르신들도 많다. 뒤늦게 공부에 재미를 붙여 하나같이 어린 학생들 못지않게 열성적이다. 버스를 두, 세 번 씩 갈아타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도 많다.
해나루 시민학교 문선이 교장은 이번 졸업식에서 43명의 학생을 배출하며 “학생들의 사연을 듣고 있으면 눈물이 안날 수가 없다.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를 뿐”이라고 말했다.
배움과 학력에 상처가 있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막연히 ‘당진에도 야학이 있었으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십시일반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교실이 마련됐고, 과목마다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숙경 교사는 “학생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며 “가르치는 일이 좋아 시작한 이 일에 중독처럼 빠져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공부를 하면서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민은숙(58) 씨는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하면 대학에 들어가 사회복지과에 진학하는 게 꿈이다.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비 낼 엄두조차 못내 학교를 못 다녔어요. 이제라도 꿈을 이룰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사회복지사가 돼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해나루 시민학교에 모인 학생들도, 교사들도 모두 얼굴이 밝았다. 지난 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꿈을 꾸며 치유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