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학습한마당 문해백일장 최우수상 수상
제2의 인생, 공부 통해 즐거움 찾아
송악읍 기지시리 권신숙(71) 씨는 매일 오후 1시면 해나루 시민학교(원장 문선이)의 문을 연다.
해맑은 어린 아이와 같은 미소를 머금고 들어서는 그녀를 따라 관계자들도 덩달아 웃음꽃이 핀다.
권 씨가 해나루 시민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한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그녀는 늦었지만 배움의 길을 걷고 싶다는 뜻을 함께하고 있는 여러 수강생들과 공부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는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 및 지난 19일 당진시청에서 진행된 당진시평생학습한마당 문해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난 그녀는 6.25 전쟁으로 인해 초등학교를 채 마치지 못하고 대구로 피난길에 올랐다.
전쟁 당시는 물론이고 휴전 이후에도 학교는 물론 끼니를 해결하기도 쉽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장녀라는 이유로 가정 일을 돕기 위해 학업을 놓아야 했다.
배우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후회는 없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의 학력에 당당함을 갖고 살아왔다.
당시 전쟁을 겪었던 세대는 배우지 못한 것 보다 배고픔에 대한 부끄러움이 더욱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후 3남매의 어머니가 되면서 점차 배움에 대한 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부모회에 참여하게 됐어요.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어느 학교 출신이냐’는 질문이더군요. 그런 질문에 오히려 당당하게 내 학력을 밝히기는 했지만 그 분위기에 위축되는 상황은 어쩔 수 없었죠.”
다시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다시 책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삼남매를 돌보며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고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 학업에 대한 열정 불타
3남매가 장성해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서 부터 그녀의 마음은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여느 주부들처럼 지자체에서 마련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여가생활도 즐기고 견문도 넓혀 갔다.
권 씨는 “많은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며 지식을 쌓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즐거웠다”며 “배움의 즐거움 속에 어딘지 모르는 공허함이 함께했다”고 말했다.
“보건소에 들렸다가 우연하게 해나루 시민학교를 알게 됐죠. ‘이거다’라는 생각에 보건소 볼일도 뒤로한 채 해나루 시민학교로 달려가 수강 신청을 했어요.”
해나루 시민학교 수강을 위해 그동안 받아온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취소했다. 검정고시라는 목표을 갖고 공부도 할 수 있었고 각자의 사연을 품고 함께 공부하는 학우들도 있었다.
특히 처음 문을 열고 들어오며 느낀 열악한 환경이 오히려 권 씨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권 씨는 “건물은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비가 새고 냄새 나는 화장실 옆에 교실이 마련되어 있었다”며 “비좁은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의욕을 갖고 수업을 듣고 있는 수강생들의 모습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이어 “열악하고 작은 공간이지만 추억의 70년도 학교 풍경을 배경으로 학업에 대한 열정을 다시 일으키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목표의식, 주변의 기대가 큰 힘
권 씨는 하루 일과를 해나루 시민학교와 당진도서관에서 보낸다. 시민학교의 강사들과 수업을 진행하는 일과 외에는 도서관에 들어가 자신이 부족한 공부를 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초등학교 과정의 검정고시 합격을 이뤄낸 그녀는 내년 4월에 있을 중학교 과정 검정고시와 9월 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생에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뒤늦게 시작한 공부라 젊은 시절에 비해 더 어렵고 습득하는 속도가 늦지만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재미가 상당합니다. 요즘 문뜩 드는 생각이 어린 시절에 학업을 다 마쳤더라면 지금 어떤 재미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 상상 할 정도죠.”
그녀는 어린 시절 생활환경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해야했던 일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특히 제2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꿈을 먹고 꽃을 피우는 학우들과 열정을 다해 공부하는 모습에서 삶의 보람을 찾게 됐다고.
“아마도 목표의식을 갖지 못했거나 혼자서 공부를 시도했다면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끼지 못했거나 지금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의 나를 있게한 건 해나루 시민학교의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강사, 담당자 그리고 남모르게 학생들의 원활한 학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후원자들의 도움이 컸죠. 주변의 많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제2의 인생에 새로운 꿈을 키워갈 계획입니다.”
그녀는 현재 대학교에 이어 대학원까지 교육과정을 밟아나갈 계획이다.
‘늦게 배운 공부에 날 새는 줄 모르는’ 그녀의 열정은 뜨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