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또 자도 피곤합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몸이 천근 만근이에요. 온갖 보양식도 먹고 하는데 왜 이러죠?” “주말에 아무 것도 안하고 잠만 잤는데도 너무 피곤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의 고단한 일상, 과연 이러한 만성 피로는 현대인들이 짊어져야만 하는 숙명 같은 것일까. 아니면 치료하고 해결해야할 질환인 것일까.

이런 증상을 일컬어 현대의학에서는 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명명한다. 아무리 잘 자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감, 그렇다면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는 것 만으로는 피로감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식량이 부족하고, 육체 노동이 과도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영양 부족 상태에서 과도한 노동량을 소화하면서 오는 육체적 피로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이 느끼는 피로감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기인한다.

동의보감에서 황제가 기백에게 “사람이 자꾸 눕기를 좋아하는 것은 왜 그런 것인가?” 라고 묻자, 기백이 대답하기를 “그것은 장위(腸胃)가 크고 피부가 습해서 살갗이 잘 풀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즉, 사람이 게을러지고 눕기를 좋아하는 것, 즉 현대인의 만성피로증후군은 비위에 습(濕)이 있기 때문이고, 몸이 무거운 것 역시 이 습(濕)이라는 탁한 기운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소화기에 탁한 기운이 가득 차 팔다리를 들어 올릴 힘조차 없어진 이 상태는 솜이 물을 먹어서 무거워진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먹고 자고 쉬는 것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움직이고 운동하고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보양식이 아니라 습(濕)을 제거하는 약을 먹고 치료를 해야 한다.

습(濕)이 우리 몸을 채우기 시작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우리 몸에 지방과 노폐물이 점점 쌓이기 시작하고, 혈액 순환과 림프 순환이 점점 더뎌 진다. 그리고 부종이 여기저기서 생긴다. 혈관 안에는 안 좋은 지방질이 때처럼 끼게 되고, 기름 때를 청소하는 간에 무리가 가서 지방간이 유발될 수도 있다. 또한 수분과 독소를 재처리하는 신장에도 무리가 가서 당뇨가 발병하게 된다. 고혈압, 고지혈증으로 인해 말초 혈액 순환 장애가 일어나고, 급기야는 중풍의 위험까지 노출될 수 있다.

음식을 잘 씹고 삼키고 소화시켜서 나의 영양분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소화기가 하는 일이다. 그런데 먹고 바로 눕고, 먹고 바로 자는 것은 소화기를 매우 힘들게 만들고 몸속에 음식 찌꺼기가 자리잡게 만든다. 가뜩이나 장부가 녹슬기 시작하고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나이라면 짐을 더 올려서는 안 될 것이다. 몸 속의 습(濕)을 덜어내는 습관으로 물 먹은 솜 같은 몸을 가볍고 보송한 솜으로 돌려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습(濕)을 덜어 내기 위해 건강한 습관을 시작해 보자.

김한준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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