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오전 10시30분. 정부과천종합청사 정문 앞에 주민 100여 명이 모였다. 주민들 주위엔 방패를 든 경찰이 있었고 횡단보도 건너 청사 앞에는 1개 소대정도 보이는 경찰들이 진을 쳤다. 무전기를 든 경찰들이 요소요소에 자리 잡았고, 경찰버스 6대가 일렬로 주차돼 있어 분위가 무거웠다.
도성리·한정리·운정리·매산리·신당리·신흥리 등 신평면 주민들은 이마에 ‘송전탑 결사반대’, ‘철탑 결사반대’라고 쓰인 머리띠를 둘렀다. 주민들은 저마다 ‘막아내자 송전철탑’, ‘청정농촌경관훼손 송전철탑 결사반대’, ‘지역주민 무시하는 한전은 각성하라’ 등 주민들의 요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주민들은 분노한다”, “당진시민은 억울하다” 등의 구호 소리가 과천 종합청사 주위에 울려 퍼졌다. 운정리 풍물팀(팀장 전용순)에서도 함께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북과 꽹과리소리가 청사에 들리도록 크게 울렸다.
11시10분이 되자 최기환 송전철탑 반대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마을대표들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성명서를 제출하러 들어갔다. 그에 앞서 마을이장들은 각기 성명서에 적힌 한 조항씩 돌아가며 발표했다.
“사람이 수천 억 원 보다 못하나”
오후 1시 점심식사를 마친 후 과천에서 출발하여 서울 삼성동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앞에 다시 모였다. 주민들은 송전선로 전 구간 지중화를 요구하며 집회를 연 후,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전력에서 출입자 수를 제한하며 주민들과 한전 간 마찰이 있어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본사방문 인원을 12명으로 합의한 후 사옥으로 들어가 한전 측에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올여름 심각한 전력난으로 한국전력 내부도 무척 더웠다. 선풍기 5대만 돌아가는 무궁화홀에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지중화를 하겠다”는 한전 측의 답변을 들으려는 주민 측에게 한국전력은 “지중화는 가능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다른 지역과 형평성에 어긋난다. 정부시책 따라야 한다. 당진의 애환이 마음에 와 닿는다”며 “철탑이 많은 것을 인정하며, 빠른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았으면 좋겠다. 일부는 수용해 주어야 하고, 마을에 도움이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수천억 원씩 땅속에 묻을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 측은 ”사람 하나가 몇 수천 억 원에 비교되는가“ 라고 되물었다.
한전 측은 “철탑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노력하겠다”며 “지중화 비용이 2조2000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이에 대한 타당성과 명분이 없다”는 답을 내 놓았다. 이어 “3.5km 부분 지중화는 최대한 배려해 시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전에서는 다음 주 본사와 협의를 거친 후 구성안을 갖고 만나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오후 3시 25분께 협의를 마쳤다.
신당리 주민 강병기 씨는 “송전철탑이 지나는 지역사람들과 그렇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분열이 있을 수 있어 염려하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고, 운정리 풍물팀 박순분 씨는 “송전탑을 세운다면 손주·손자들이 불편한 삶을 이어가게 될 것 같아서 참여했다”고 라고 말했다.
이날 양창모 시의원이 주민들과 함께 동행하면서 “당진시는 관광자원이 풍부하고 청정지역이며, 주민들이 송전탑으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석준 시민기자 k3629009@hanmail.net




